[김정일 사망] 시나리오대로 진행하는 中… ‘北돌발사태’ 대비 국경지역에 병력 증원 배치

입력 2011-12-20 18:20

중국이 김정일 사후 시나리오에 따라 대규모 탈북자 발생에 대비하는 등 예정된 수순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돌발사태가 발생할 경우 위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중국은 이미 인민해방군에 ‘1급 전투대비태세 명령’을 하달했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인민해방군은 이에 따라 이미 지린성 린장(臨江), 훈춘(琿春), 투먼(圖門) 등 북·중 국경지역에 병력 2000명을 증원 배치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또 랴오닝성 선양(瀋陽) 군구, 산둥성 지난(濟南) 군구에 연말까지 병력 3만명을 증원 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계획은 이미 짜놓은 김정일 사망 시 대처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첫 항공모함 바랴크호는 조만간 3차 시험항해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경제·금융 전문 온라인 매체인 재신망(財訊網)은 20일 2차 시험항해를 마친 뒤 다롄(大連)항에 정박해 있는 바랴크호가 현재 동력을 끄지 않고 저속운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신망은 이에 대해 제3차 시험 항해에 조만간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항모 굴뚝에서 계속 연기가 나오고 있으며 구명정과 각종 무기체제도 2차 시험항해를 마치고 귀환했을 때 모습 그대로 설치돼 있어 언제든지 출항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중국이 김 위원장 사망 후 항모 3차 시험항해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한반도 주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김 위원장 사망 후 북한이 혼란에 빠지거나 미국 등이 북한에 개입할 가능성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 공산당 등이 김정일 사망 발표 당일 저녁 ‘김정은 체제 강력 지지’를 표명하는 조전을 북한 측에 전달한 것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노동당 대표자대회를 통해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2인자로 등장한 뒤 1년여 동안 노동당과 인민군을 장악해 왔는데도 공식적인 인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일 사망이라는 돌발사태가 발생하자 바로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은 외국의 조문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중국과의 특수 관계를 감안할 때 중국 조문단은 받아들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조문단을 북한에 파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특히 주중 북한대사관 주요 간부들은 지난 주말 북한으로 돌아갔던 것으로 드러나 이 무렵을 전후해 김정일 사망 소식이 중국 측에도 전달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과 북한 간 긴밀한 우호관계를 반영하듯 이날 사설을 통해 “중국이 북한을 지지해줘야 북한이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북한 핵 문제로 중국이 고생은 하고 있지만 북·중 우호관계를 공고하게 유지하는 게 중국으로선 동북아는 물론 동아시아 전체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환구시보는 특히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상황에 직면해 다른 나라들이 북·중 협력관계를 흔드는 걸 내버려둔다면 중국의 이전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다”면서 “중국이 북한의 내정에 간섭해선 안 되지만 중국이 북한에 가장 영향력 있는 대국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