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대법원… 정치편향 판사들 징계 목소리에도 단호한 대응 못해
입력 2011-12-20 18:13
대법원이 지난달 법관들에게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 달라고 권고했는데도 일부 판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계속돼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법원이 SNS에 법관 품위에 맞지 않는 글이나 사진을 올려 사법부 전체에 대한 신뢰와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판사를 징계하지 않고 방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조차 수뇌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정렬(42)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트윗에서 본 신종 라면 두 가지”라며 ‘시커먼 땟국물 꼼수면’과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사진 2장을 올렸다.
‘시꺼먼 땟국물 꼼수면’ 봉지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과 ‘가카가 처말아먹은 비릿한 바로 그 맛!’이란 문구가 달렸다. ‘가카새끼 짬뽕’ 봉지에는 ‘풍부한 꼼수와 비리로 우려낸 역겨운 매국의 맛’이란 설명과 함께 ‘BBK명박’이란 제조회사 이름이 붙었다. 누가 봐도 정치편향적이다.
이 부장판사는 논란이 일자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현실과 또 그것이 인기를 얻는 현실이 저인들 좋겠습니까?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우리 모두가 존경받는 우리의 대표를 가질 수 있도록 깨어 있어야겠죠”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연이어 터져 나오는 판사들의 돌출 행동에 당황하고 있다. 징계를 하자니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반발을 우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선 판사들의 문제는 해당 법원장이 사법 행정 차원에서 처리하는 게 맞다”며 “대법원이 사사건건 나설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판사들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징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A부장판사는 20일 “SNS 사용에 신중할 것을 권고했는데도 개인 소신이라는 이유로 일부 판사들이 논란이 되는 글을 올리는 것은 조직을 해치는 일”이라며 “판사들이 알아서 처신해주기를 바라는 대법원의 생각도 너무 안이하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