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 성금으로 만든 ‘민주의 종’ 불량… 금간 부분 땜질해 납품
입력 2011-12-20 18:57
광주시가 2005년 시민들의 성금을 모아 민주·인권의 상징으로 제작한 ‘민주의 종’이 불량 납품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시는 20일 “종 제작과정에서 하단에 15㎝ 금이 갔으나 제작사가 이를 청동 용접으로 임시 땜질한 사실이 6년여 만에 드러났다”며 “제작사 측이 속죄하는 마음에서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조건으로 종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종 제작에 참여한 인사가 최근 시에 제보하면서 드러났다. 종 제작을 담당한 충북 진천 성종사는 시가 제보내용의 진위 파악에 나서자 “납품 1개월을 앞두고 주물에서 모래를 털어내던 중 하단에 수직으로 금이 간 사실을 알았으나 첫 타종 행사까지 시간이 촉박하고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아 외관을 용접한 뒤 납품을 마쳤다”고 시인했다.
이에 따라 시가 형식적 검증을 거쳐 종을 건네받고 전문기관에 의뢰한 제작 감리과정도 허술하게 진행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시는 “비파괴 검사를 통해 종 표면과 몸체에 주조결함이 없이 깨끗하게 제작됐다는 감리보고서를 토대로 했기 때문에 행정적 잘못은 없다”고 해명했다. 당시 종 제작 감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종 감리 기술을 보유한 서울대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가 맡았다.
‘민주의 종’은 종각 부지매입과 건축비를 포함해 시민 성금 등 24억원을 들여 제작됐다. 2005년 10월 옛 전남경찰청 차고지에 높이 4.2m, 바깥지름 2.5m, 무게 30.5t(8150관) 규모로 설치됐고, 같은 해 11월 1일 시민의 날 첫 타종식을 가졌다. 이후 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공사로 2008년부터 현재까지 환경관리공단에 임시 보관 중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