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송주명] 美·日 군사일체화의 의미
입력 2011-12-20 17:52
지난 14일 일본 방위성은 차세대 주력전투기(FX)로 미국의 첨단 스텔스 항공기 F-35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중국 군사기술의 비약적 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공군은 올 1월 ‘젠(殲)20(J-20)’이라는 스텔스기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이는 일본에 커다란 충격이었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2007년 자국의 F-15 및 F-4와 미군 스텔스 F-22 간의 전투훈련에서 완패했다. 이후 방위성이 F-22 도입을 추진했지만 기술 유출을 우려한 미국의 수출 금지와 생산 중단으로 도입을 포기했다. 그런데 2016∼2020년 사이에 중국과 러시아의 대규모 스텔스기 실전배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F-35 스텔스기를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한 것이다.
해양안전 위한 中國 견제 정책
일본의 F-35 선정은 미군과의 일체적 군사 통합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하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미 공군이 F-35를 1763대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같은 기종을 선택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상호 운용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후 미군 재편을 추구하고 있다. 이 연장선에서 미·일 양국은 2005년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일체성을 강화해 소위 ‘불안정의 호(弧)’에 대한 공동작전 능력과 기동성을 높이는 군사적 혁신에 합의했다. 오키나와 등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로 재편 속도는 지체되고 있지만 최근의 미군 재편은 양국의 군사력을 통합하는 커다란 변혁을 낳고 있다.
첫째, 자마(座間) 기지에 2008년 미 육군 제1군단을 이전시키고 2012년까지 육상자위대 중앙기동집단사령부를 통합시켜 기동적 대응 능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둘째, 일본 정부는 2006년에 요코스카(橫須賀)항을 미국 핵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의 모항으로 개방했다. 셋째, 항공자위대 항공총대사령부를 미군의 요코다(橫田) 비행장으로 이전해 제5공군사령부와 부대를 공유토록 하고 미일통합지휘본부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스텔스기 도입은 요코다 비행장을 거점으로 전개될 양국 공군의 통합지휘본부에 의해 운용될 것이다.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양국군의 일체화된 대응 구조는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본은 2004년부터 매년 1000억엔에서 2000억엔 정도의 연구개발비를 MD분야에 투자했다. 오늘날에는 요격 시스템과 탐지유도, 지휘관제 등 전반적 부분에 대한 통합체제가 정비되어 실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기동적 정보 능력이 생명인 MD도 미국의 조기경보위성 등과의 통합 속에서 운영될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요코다의 공군통합지휘본부에 의해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미·일 간의 군사적 일체화, 그 가운데 비교적 일찍 시작된 MD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계기가 됐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비용과 전체 체계를 볼 때 그 대상이 북한만은 아님이 자명하다. 군사적 일체화는 가장 우선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韓, 해양·대륙 완충 역할 해야
최근 한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한국형 MD 개발이나 제주도 강정항 해군기지 건설 문제가 그것이다. 최근까지 한·미·일 간 군사협력의 맥락에서 볼 때 한국도 주한미군과의 일체화를 전제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일본은 태평양상의 섬이다. 고립을 피하기 위해 일본은 미국과의 일체화를 통해 해양 안전을 도모해야만 한다. 그러나 해양과 대륙을 잇는 반도국가로서 한국은 완충과 협력에 국가 이익이 있다. ‘해양동맹’ 편에서 맹목적으로 대륙을 견제하는 어리석음보다는 해양과 대륙의 소통과 협력을 촉진하는 진정한 ‘지혜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야 할 때다.
송주명(한신대 교수·일본지역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