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對北 정보능력 시급히 강화해야
입력 2011-12-20 17:48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자체보다 더 불안하게 다가온 것이 있다. 그가 사망한 뒤 북한이 발표하기 전까지 이틀이 넘도록 우리 정부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김정일 사망에 따른 불안이 다소 막연한 것이라면 그것을 모른 데서 비롯된 불안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과연 이런 대북 정보 능력을 가지고 북한의 도발이나 내부 갈등 같은 이상 징후를 사전 인지해 방비하거나 유사시 북한을 이길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김정일 사망이 얼마나 중대한 사건인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가능성은 작지만 극단적으로 말해 북한 붕괴 아니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보기관이나 군은 아무런 낌새도 차리지 못했다. 도대체 막대한 예산을 써가며 존재하는 이유가 뭐냐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과 김관진 국방장관은 20일 국회에 출석해 각각 “북한의 발표 이후”, “뉴스를 보고” 김정일 사망을 알았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미국 일본 러시아도 북한 발표 전에 미리 알지 못했다’거나 ‘현재의 국방정보감시 체제로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폐쇄사회로서 내부 정보, 특히 최고지도부의 동향 파악이 지난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 같은 특수성을 감안한다 해도 100만명이 넘는 병력과 각종 재래식 무기, 거기에 핵무기까지 갖추고 적화통일을 추구하는 북한의 정보에 이토록 깜깜하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특히 대북 정보 수집 및 분석을 주 임무로 하는 국정원은 직무유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야당 주장대로 국정원장에 대한 문책과 함께 대북 정보 전문가를 국정원장에 기용하는 등 중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차제에 이전 두 정권을 거치면서 위축된 국정원의 대북 정보 능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한국 대북 정보활동의 최대 강점이었으나 두 전 정권의 친북적 정책과 함께 거의 와해된 것으로 평가되는 인간정보(HUMINT)망 재건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