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심상찮은 한·중 관계 균열… 중국, 김정은을 ‘영도자’로 표현
입력 2011-12-21 08:53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한·중 관계에 심상치 않은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이후 꼬박 하루 동안 중국은 한국의 연락을 피한 채 온전히 북한과만 접촉했다.
중국 정부는 19일 북한의 공식 발표가 나오자 4시간여 만에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대변인의 애도 담화를 내놨다. 이어 북한 정부에 조전(弔電)을 보내며 김정은을 ‘영도자’라고 표현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20일 오전 북한 공관을 직접 방문해 조의를 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이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의 통화는 하루가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았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조차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통화하지 못하다 꼭 24시간이 흐른 20일 낮 12시5분에야 전화가 연결됐다.
김 장관과 양제츠 부장은 20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게 양국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항이며 이를 위해 소통과 협조를 긴밀히 유지해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양국 정상 통화는 일정 조정의 문제이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일”이라며 “한·중 간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천안함·연평도 도발 때도 이 대통령은 미국 일본 러시아 정상과만 통화했다. 북한과 관련해 급박한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베이징은 이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벌어졌을 때 ‘자동 군사개입’을 약속한 동맹국이다. 만약 김 위원장 사망 후 북한 내부에서 심각한 혼란이 벌어졌다면 중국이 군대를 보낼 수도 있었다. 이럴 경우 중국을 제지하기 위한 ‘핫라인’ 구축이 정부 대중 외교의 핵심이지만 실제 상황이 벌어지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경제적으로 남한과 교류·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정치·외교에선 북한과의 혈맹을 중시해 왔는데 그동안 한·미 관계에 치중해 온 정부가 중국의 이런 이중적 태도를 무너뜨리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답변에서 “한·중 간에 외교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호 체제가 달라서 그런 것”이라며 “정상 간 통화는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