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의 한국교회 역할

입력 2011-12-20 17:41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에 대하여 애도를 표하고 하나님의 크신 위로가 북녘 주민들에게 임하시길 기원하며 한국 정부가 남북 간의 관계증진을 위하여 조문외교를 펼칠 것을 제안했습니다.

남북이 깊은 불신과 대립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미래지향적으로 결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국제사회에도 한반도의 안정과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하였습니다. 북한사회가 불안정하여 긴장하는 지금, 작은 행동일지라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한의 어느 세력도 신중하게 처신해야 합니다. 오히려 우리 민족의 운명을 주변의 다른 강대국들이 좌지우지하지 않도록 남북관계의 개선을 전향적으로 모색하면 좋겠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 정세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으로 한국교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교회가 정권의 정치적 목적을 넘어서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민족의 먼 미래를 염두에 두고 남북관계를 새롭게 열어가야 할 때입니다. 우선 고통당하는 북녘동포들을 끌어안고 그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더욱 활발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수많은 동포들이 기아로 고통당함을 알면서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먹는 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하려는 것은 반인륜적 행위일 뿐더러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에도 어긋납니다.

더욱이 통일 이후의 남북 간 사회통합을 위해서라도 인도적 지원과 교류를 통하여 상호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한국교회가 대화와 협력을 통하여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북녘 주민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면 우리 민족의 운명을 외세에 넘기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치권은 혹여 정략적 판단에 매몰된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교회는 하나님의 사랑과 화해를 우선시해야 합니다. 유사시 북녘 주민이 체제를 선택하게 될 때, 지금과 같이 굶어죽어도 외면하는 한국을 선택할 여지가 있는지 자문해 보면 무척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남북정권이 반목하는 상황에서도 한국교회는 평화를 도모하며 어려움에 처한 북한 주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도와야 합니다. 평화로 오신 예수님을 따르는 한국교회가 이 역할을 자임할 때 오늘날 교회에 쏟아지는 비판을 잠재우고 민족교회로 성장할 수 있는 한 디딤돌을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급변사태는 “그날과 그때는 아무도 모른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게 합니다. 아마 민족통일의 그날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그날을 위해 한국교회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이웃사랑과 동포사랑을 회복하고 진정한 하나님의 교회로 거듭나는 일입니다.

지금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다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더욱 간절하게 기도할 때입니다.

이근복 목사 (NCCK 선교훈련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