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독재자 애도가 웬말” “평화위해 조문단 보내야 ” 팽팽

입력 2011-12-20 18:26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조문과 조의 표명을 놓고 탈북자 및 보수 성향 단체와 진보 성향 단체 사이에 첨예한 입장 차가 드러나고 있다. 남남(南南) 갈등마저 우려된다.

20일 서울 충정로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실에서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북한민주화위원회, NK지식연대, 탈북인단체총연합, 자유북한군인연합 등 30여개 탈북단체로 결성된 ‘독재자의 종말 추모 반대를 위한 탈북단체 비상대책회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정부와 남한 사회가 독재자 김정일의 죽음에 ‘조의’ ‘애도’ 등을 표현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도 조문단을 파견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21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독재 세습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대북 전단지 10만장을 뿌리겠다고 밝혔다. 전단지 살포 후에는 ‘김정일 종말을 축하하는 문화행사’를 개최키로 했다. 비대위는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밤 결성됐다.

박상학 자유북한연합 대표는 대북 전단지 살포, 축하파티 개최를 만류하는 국가정보원의 의사를 전달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국정원 직원이 두려운 듯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북이 엄청나게 긴장하고 두려워하는데 전단 살포 등은 국정원과 조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한국 정부가 탈북자들에게 용기를 줘도 모자랄 판에 호소문을 보내는 것까지 통제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보수단체는 탈북단체들과 입장을 같이했다. 대표적 보수단체인 라이트코리아와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는 “북한 동포를 탄압하고 수백만 주민을 굶겨 죽인 독재자 김정일의 사망은 결코 애도할 일이 아니다”며 “대다수 국민은 김정일 사망을 북한 민주화의 신호탄으로 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관계자도 “기원하던 일이 이뤄졌는데 조문을 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 분향소가 세워진다면 찾아가 때려부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참여연대 등은 정부의 조의 표명과 조문단 파견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논평에서 “김 위원장 사망 소식에 우리 사회는 조문 문제로 극심한 이념적·정치적 대립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북한에 조문단을 파견하는 용단을 내리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역시 “지금 정부의 태도는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방향성도 없어 보인다”며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문제를 논했던 한 당사자이자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조의 표명과 조문단 파견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실용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국무총리를 조문단장으로 파견하는 것도 좋겠다”며 “비상경계 같은 뻔한 말만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욱 이선희 김미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