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김정은 승계 사실상 인정, 北불확실성 즐이는데 초점

입력 2011-12-21 05:25

미국은 ‘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2일(현지시간) 일상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 관련 부처는 일제히 북한 관련 브리핑을 내보냈다. 기조는 ‘안정’ ‘신중’ ‘예의주시’였다. 김정일 사망이 한반도 불확실성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는 데 대한 일종의 처방이다.

포스트 김정일 체제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달라질 수 있다.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이 큰 폭으로 변화할 수 있는 만큼 전략적인 관리 모드에 들어간 것이다.



김정은 체제 사실상 인정=“북한의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전환을 원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첫 공식 언급은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다”(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는 전제를 깔긴 했지만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예정대로 김정은 체제로의 권력 승계를 사실상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미국 입장은 북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조의를 표명한 것도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전략 중 하나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 “이 어려운 시기에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클린턴 장관은 또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는 약속을 지키고 이웃나라와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 주민들의 권리를 존중함으로써 나라를 평화의 길로 이끌어나가는 선택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북한 주민들을 도울 준비가 돼 있으며, 새로운 지도부가 한반도의 평화·번영·지속적인 안보를 위한 새로운 시대로 향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우려=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국가 애도기간이 끝난 뒤 적정한 시점에 김정은 체제가 완벽하게 구축됐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제한적인 도발을 감행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미국은 앞으로 구성될 북한 지도부가 어떤 성향의 첫 행동을 보일지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실장은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몇 주 또는 몇 달 이내에 김정은과 주변 인물들은 김정은의 리더십 확보를 보여주기 위해 뭔가를 도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반도에서 불확실성이 증폭되거나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미국은 중국과 이해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는 외교안보 측면에서 양측이 좀처럼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이 걸려 있는 부분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애도 기간이 끝나면 중국과 북한에 이런 의지를 보여주며 설득할 수 있는 강한 메시지를 내보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은 1994년 제네바 1차 핵협상 당시 김일성이 사망하자 북·미 간 대화가 어그러질 줄 알았으나, 북한이 협상 기조를 그대로 이어갔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도 대북 식량지원과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잠정 중단 등을 사실상 합의하는 등 북·미 간 대화가 조심스럽게 복원돼 가고 있다. 미국은 안정적으로 권력승계가 이뤄질 경우 북한이 대화기조를 이어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갖고 있긴 하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거나 급변사태가 일어날 경우에는 북한과의 협상보다는 대북제재 강도를 높이고 급변사태 대응책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