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고모부’ 장성택 역할싸고 전망 엇갈려 “후견인일 뿐”-“섭정 나설 것”
입력 2011-12-20 22:25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후계자 김정은과 함께 북한 권력의 핵으로 떠오른 인물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그가 김정은을 대신해 섭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 위원장이 생전에 매우 아꼈던 친동생 김경희 당 경공업 부장의 남편인 그는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6월 국방위원회 위원에서 부위원장으로 승진한 뒤 이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함께 김정은을 보좌해 주요 엘리트들에 대한 인사와 정책결정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그의 위상이 더욱 탄탄해지고 한동안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장성택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란 반론 또한 만만찮다.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 사망 발표 후 공표한 장의위원회 명단을 보면 그는 19번째에 지나지 않는다. 부인 김경희(14번째)에 비해서도 다섯 단계나 아래에 있다. 장의위원 명단 순서가 권력서열과 100%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도 현재 북한 내에서 그의 위상은 섭정을 운운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김 위원장도 장성택을 김정은 후견인 이상으로 생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일시적이라도 그에게 전권을 맡길 경우 자신의 아들이 권력을 승계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등 공안기관을 지도하는 중앙당 행정부를 제외하고 당과 군에 대한 장성택의 지도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20일 “지난해 당대표자대회에서 김정은 지도를 뒷받침할 후계체제의 인적 기반이 구축된 이후 장성택 역할이 축소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은 2009년 1월 수령 후계자로 결정돼 공식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반면 장성택은 과도기적 권력자 지위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북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군을 장악하는 것이 필수 요건인데 장성택은 어떠한 군 장악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 물리력과 함께 또 다른 권력의 축인 인사권도 그에겐 없다. 단지 당의 정책 수립에 제한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갖고 있지 못한 풍부한 연륜과 국정관리 경험, 외교나 대남 접촉 경험 등을 갖고 있어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상당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가 김정은의 고모부인 점은 최대 강점이다.
이흥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