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장의위원 명단 ‘先黨後軍’… 黨중심 김정은 체제 옹립
입력 2011-12-20 22:21
232명이 명시된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의위원회 명단은 북한의 현재 권력서열과 앞으로 예상되는 권력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공산국가에선 통상적으로 권력서열 순에 따라 국가지도자 장의위원회 명단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장의위원회 명단의 가장 큰 특징은 ‘당(黨) 우선’이다. 명단을 보면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1번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전병호 내각 정치국장,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김기남 최태복 당 비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이 상위 10번 안에 들었다.
정치국 상무위원인 김영남 최영림 이영호가 2∼번을 차지했고 그 뒤로 김영춘, 전병호, 김국태, 김기남,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14번) 등 정치국 위원 7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15번),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19번) 등 정치국 후보위원 14명의 이름이 보인다. 정치국 상무위원, 정위원, 후보위원 순이다.
북한 매체들이 다른 위원들은 이름만 거명한 반면 김정은만은 ‘김정은 동지’로 호명한 것도 눈에 띈다. 김정은 후계체제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장성택과 오극렬(정치국 후보위원) 등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명단이 뒤쪽에 배치된 것은 체제 운영에 있어 당 역할 강화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가에 대한 당의 영도 강화를 통해 김정은 지도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설명이다.
홍익표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는 20일 “북한이 장의위원회 구성을 신속하게 구성한 것으로 봐서 북한에 큰 혼란은 없을 것 같다”면서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후계체제도 정상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9·28 당대표자회를 통해 중앙정치 무대에 진입한 최용해 당 비서와 이영수 당 부장,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 지재룡 주중대사 등이 그들이다.
정치국 위원 중에는 올 3월과 6월 각각 해임된 것으로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주상성 전 인민보안부장과 홍석형 전 당 비서가 제외된 반면, 비리 혐의로 해임된 것으로 알려진 이태남 전 내각 부총리는 포함됐다.
최덕신 전 외무장관 부인으로 1986년 남편과 함께 월북한 류미영 천도교천우당 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이 맨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김정은과 김경희를 제외한 김 위원장 가족은 한 명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 이복동생 김평일 주폴란드 북한대사, 동거녀 김옥, 김정은의 친형 정철 등은 빠졌다. ‘곁가지’ 김평일은 김 위원장 생존 시 견제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나머지 가족들은 공식 직함을 갖고 있지 않아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