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금융시장 불안심리 진정… ‘北 리스크’ 하루만에 소멸?
입력 2011-12-20 18:40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발표 하루 만에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았다. 코스피는 16포인트 이상 올랐고 원화가치도 급등했다. 경제당국은 김 위원장 사망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시장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북한리스크 하루 만에 소멸? 코스피·원화가치 상승=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6.13포인트(0.91%) 반등한 1793.06으로 마감, 폭락 하루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지수도 12.00포인트(2.51%) 올랐다.
전날 김 위원장 사망 소식에 따른 주식시장 낙폭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확대되며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와 달리 김정은의 후계 구도가 안정화되지 않았다는 불안 요소가 있지만 중국이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면서 큰 혼란 없이 권력이 이양될 것이라는 분석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1680억원, 60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상승장을 이끌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완전히 호전되지 않아 1800선 회복에는 실패했다. 외국인은 3345억원 매도 우위를 보여 어제보다 오히려 1000억원가량 더 우리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6원 하락한 1162.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 종료 직전에는 1160.0원까지 떨어져(원화가치 상승) 115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환율이 16.2원 급등한 전날의 충격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삼성증권 김성봉 시황팀장은 “시장이 하루 만에 충격에서 벗어나 기술적으로 반등해 안정을 되찾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6개 비상대책반 운용 등으로 시장 불안 진화=경제부처들은 이 같은 금융시장의 안정세를 이어가기 위해 시장의 불안 확산을 방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명동 은행회관에서 부기관장과 실무진이 참석한 가운데 첫 합동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주관한 신제윤 재정부 제1차관은 “국가의 부도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전날 종가보다 4bp(bp=0.01% 포인트) 떨어졌다”며 “은행들이 보유한 외화 유동성 등을 고려할 때 외화자금 시장도 양호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CDS 프리미엄은 19일 172bp에서 20일 168bp로 떨어졌다. CDS 프리미엄은 숫자가 작을수록 부도위험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석자들은 그러나 국내에서 지나친 불안심리가 조장돼 시장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관계기관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공조체제를 확고히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경제당국이 국제금융, 국내금융, 수출, 원자재, 물가·생필품, 통화관리 등 6개 비상대책반을 운영하고 필요하면 재정과 고용 분야의 대책을 추가로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외환시장의 이상 징후를 신속히 포착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외환당국의 핫라인도 가동한다고 밝혔다. 대외적으로는 한·중·일과 주요 20개국(G20) 네트워크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중앙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밤새 유럽과 미국의 주식·외환시장에 김 위원장 사망이 미친 영향은 아주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 장관은 “정부는 환율 급변동 등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시장 안정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G20(주요 20개국) 재정금융당국과 국제금융기구, 신용평가사들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세욱 이경원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