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인민보안부 간부 출신 탈북자 정준성씨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은 격이 다르다”
입력 2011-12-20 18:31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을 접한 북한 주민들은 어떤 모습일까. 북한 매체를 통해 비쳐지는 주민들의 눈물은 진심일까. 탈북자 정준성(가명·46)씨는 20일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정씨는 우리나라 경찰에 해당하는 인민보안부 간부 출신이다. 인민보안부는 국가안전보위부와 함께 북한 체제를 수호하는 양대 공안기관이다. 2007년 탈북한 그는 일본 유학을 마치고 현재 국방부에서 대북 심리전 업무를 맡고 있다. 정씨는 북한 내 정보원들과 매주 1회 이상 통화하는 등 대북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효과적인 심리전 방식을 개발하기 위해 북한 주민의 심리를 연구하고 있다.
정씨는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올 것이 왔지만 좀 빠른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탈북 지식인 사회에서는 김 위원장이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기 때문에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김일성 주석과 김 위원장은 동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사람에게는 김 주석에 대한 향수가 있다. 김 주석 때는 배급이 나왔기 때문에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면서 “김 위원장 때 피폐해졌기 때문에 아버지(김 주석)의 업적을 아들(김 위원장)이 다 망쳐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는 “김 주석이 죽었을 때 저도 아버지를 잃은 것처럼 슬펐다”고 덧붙였다.
정씨가 예상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은 이중적이다. 정씨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특별경비주간이 선포돼 군과 공안기관의 삼엄한 경계가 이뤄지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마당 같은 곳은 철저하게 통제된다. 모든 장마당이 폐쇄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모와 관련 없는 모든 모임은 취소되며 술자리도 마찬가지다. 김 주석 사망 당시 술에 취해 길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끌려가 고초를 겪은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것이 정씨 설명이다.
그러나 정씨는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다. 밖에서는 눈물짓고 다녀도 집안에서는 술도 먹고 노래도 부른다”면서 “장마당도 아마 뒷골목에서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주석과 김 위원장의 격이 다른 만큼 그런 이중적인 모습은 더 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김 위원장 사망으로 통일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구심점이 없어졌기 때문에 치열한 권력투쟁 와중에 중국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글·사진=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