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전역에 방송되는 모퉁이돌선교회 이색 성탄예배

입력 2011-12-20 18:21


[미션라이프] 19일 오후 7시 서울 한남동 감리교여선교회관 3층. 모퉁이돌선교회 광야의소리 방송이 주관하는 ‘하나님께 드리는 남북연합 성탄예배’ 녹음 현장은 이미 600여명의 참석자들로 만석이었다.

이들이 영하 10도를 웃도는 추위에도 이곳을 삼삼오오 찾은 것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긴장감이 감도는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예배를 드리기 위해서다.

7시30분,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의 신앙고백이 영상으로 상영되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통성기도를 드렸다. “주여, 환난과 핍박 중에도 신앙의 절개를 지키는 성도들이 저 북녘 땅에 있습니다. ‘너희도 함께 갇힌 것 같이 갇힌 자를 생각하고 너희도 몸을 가졌은즉 학대받는 자를 생각하라’(히 13:3)고 하신 말씀처럼 북한 성도의 고난을 생각하게 하옵소서….”

탈북 성도들의 말에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아련한 아픔이 느껴졌다. 통성기도는 30분 넘게 이어졌다. 누구할 것 없이 남과 북이 속히 하나 되길 간절히 간구했다.

탈북 성도들은 이날 가림막 뒤에서 간증을 했다. 얼굴이 직접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탈북 사실이 알려질 때 북한 가족에게 화가 미칠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 숨죽이며 은밀하게 믿음을 지키는 북한 지하교회 성도의 아픔과 고통을 상징하는 의미이기도 했다.

탈북 10년차 박예경(39) 집사는 북한의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연방 눈물을 글썽였다. 박씨는 김정일 사망 소식을 듣고 언니와 함께 성탄예배를 드릴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간증했다. 북한 지하교회 성도라고 밝힌 박한나(65) 집사는 “하나님! 나도 남한에서 자유로이 예수님의 오심을 기뻐하는 성탄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라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참석자들은 어떤 환란이 닥쳐와도 예수님만이 북녘 땅에 소망이란 사실을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주님이 홀로 가신 그길 나도 따라가오’로 시작하는 ‘사명’이란 찬양을 목청껏 불렀다. 사랑의교회 남북청년음악단 단원들이 바이올린과 비올라, 기타 등으로 예배분위기를 이끌었다. 북한 감옥에 갇혀 있는 성도가 성탄을 그리워하며 지은 찬송시가 봉헌됐다.

북한에서 주체사상을 선전 선동하는 군(軍) 부대원으로 아코디언을 연주했던 이옥 선교사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간절하게 간구했다. “하나님, 저 고향 가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어요!”

이날 행사를 주관한 모퉁이돌선교회 대표 이삭 목사는 누가복음 2장 8∼20절을 본문으로 말씀을 선포했다. “내년에는 평양의 한복판에 있는 만수대에서 성탄예배가 드려질 것을 선포합니다. 누가 나와 함께 가서 ‘할렐루야’ 찬양을 부르며 주님을 예배하시겠습니까?”

오랫동안 신앙의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온 북한 성도들에게 성탄절은 기억할 수나 있는 것일까. 기억하고 있다면 그들은 어떻게 성탄절을 지내고 있을까. 이날 예배실황은 오는 25일 성탄절 오전5시와 오후10시 북한전역에 전파를 탈 예정이다. 남한에서도 같은 시각 광야의소리 6275khz(단파)와 극동방송 라디오, 모퉁이돌선교회 홈페이지(cornerstone.or.kr)에서 들을 수 있다.

<북한 감옥에 갇혀 있는 성도가 성탄을 그리워하면 지은 찬송시>

오늘은 성탄일

우리 주님 탄생하신 날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던 예수님,

너도 나도 마음 합해 목청을 다해 부르자

기쁜 노래 예수님 찬양

오늘을 기쁜 날

나의 구주 탄생하신 날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귀한 보혈 흘리셨네

성도들이 다 모여서 즐거운 노래로

예수님의 크신 은혜 감사하며 찬양하세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