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가 건넨 성금 봉투엔 2억 수표가… 이름없는 기부천사들

입력 2011-12-20 20:02


[미션라이프] 20일 오후 1시쯤 서울 충정로 한국구세군 본부에 깔끔한 차림의 90세 노부부가 방문했다. 본부에 있던 일부 사관은 이 노부부를 단번에 알아봤다. 2년 전 이맘때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본부를 찾아와 5000만원씩 1억원의 성금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북한 신의주와 정주가 고향이고, 1950년 6·25 때 남한으로 피란왔다고 밝힌 노부부는 당시 “북한을 돕는 데 사용해달라”고 했다.

이들 부부는 2년 뒤 또다시 1억원씩 2억원의 수표를 자선냄비에 후원했다. 이번에도 어디에 사는 지, 누구인지조차 밝히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모르게 해달라”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을 돕는데 써 달라”고만 당부했다. 그리고 “진짜로 오늘밤은 다리를 쭉 펴고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구세군 박만희 사령관은 “후원자님의 뜻대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복지향상과 장애청소년들의 자활지원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오는 24일까지 거리 모금활동을 전개하는 구세군 자선냄비는 노부부 외에도 ‘이름없는 천사’들의 손길이 잇따랐다.

16일 밤 서울 청계천 오간수교에 설치된 대형자선냄비 모금함 수거과정에서 1000원권, 1만원권, 5만원권 등이 가득 담긴 8개의 봉투가 발견됐다. 구세군은 19일 은행 계수 과정에서 이 금액의 합계가 1174만5000원인 것을 확인했다.

구세군 홍보팀 홍봉식 사관은 “8개의 봉투가 모두 같은 은행의 것이었고, 특히 봉투 중 하나에는 사도신경을 3회에 걸쳐 빼곡하게 적은 기록이 있었다”면서 “어떤 분인지는 모르지만 믿음을 가진 분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후원에 참여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18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에서 진행된 자선냄비에선 1만원권 100장이 든 흰 봉투가 발견됐다. 특히 구세군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5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모금활동을 펼쳐 1998만5000원을 모금했다.

‘이웃사랑의 대명사’인 빨간색 자선냄비는 언제나 차고 넘쳤다. 올해도 1억1000만원권 고액 기부에서부터 감사편지, 금반지, 금귀고리, 교통카드, 각종 상품권 등 시민들의 사랑이 가득 담긴 다양한 물품들로 냄비는 펄펄 끓었다. 박 사령관은 “어렵고 힘든 계절에 큰 사랑을 전해주시는 자선냄비의 모든 후원자들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린다”고 마음을 전했다.

노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