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 약국 (120)

입력 2011-12-20 10:58

12월에 빛나는 ‘아기 별’

별들은 모두가 같은 천구에 붙어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어떤 것은 우리에게 더 가까이, 그리고 어떤 것은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일까요? 후자의 경우가 맞는 것이라면 가장 가까운 별들과 가장 멀리 있는 별들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사람들은 전등불을 가까이에서는 밝고, 아주 멀리 옮겨 놓으면 흐릿하게 보인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밤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남천(南天)의 큰 개 성좌에 있는 씨리우스(Sirius)라는 별이 우리 태양과 같은 정도의 밝기를 지녔다고 가정하고서, 태양이 씨리우스의 밝기로 보이려면 얼마나 멀리 있어야 할까는 논리를 펴서 그 별까지의 거리를 산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별이 떠 있는 고도의 각도를 측정하고, 6개월 후 지구가 태양 반대쪽으로 갔을 때 같은 별의 고도를 다시 재고,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를 도입하여 삼각법을 이용하면 그 별까지의 거리를 산출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습니다.

사람들은 그 이외의 여러 방법을 써서 별들까지의 거리를 알아냈는데 별마다 거리가 달랐으니, 우리가 보는 천구는 깊이를 갖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남쪽 하늘의 쎈타우리(Centauri) 성좌에 속한 프록시마(Proxima)라는 별로 판정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점보제트기(속도 초속 254.17m)를 타고 계속 난다면 그 별에 닿는데 524만년 걸린다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10만 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도할 수 없는 여행 거리인데, 우리는 밤마다 우리의 시야에 그 별을 담아 상상의 에세이와 의식의 성소를 짓고 하는 것입니다. 가능하지 않은 실체를 가능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 삶이란 무엇일까요?

그러나 까마득한 훗날 광속의 90%에 맞먹는 속도인 초속 27만㎞로 날 수만 있게 된다면, 그 별에 닿는데 지구 시계로 4년 9개월쯤 걸리니 한 번 해볼 만한 일이긴 합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게는 광속에 접근할 만한 재주가 없습니다. 따라서 별까지의 거리는 초속 30만㎞로 나는 빛이 1년 달리는 거리인 광년으로 표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할 것입니다. 프록시마 별은 이렇게 해서 4.3 광년 바깥에 떠 있는 것입니다. 그 거리는 자그마치 지구와 태양까지의 거리의(1억5천만㎞) 27만1000배나 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소리치면 닿을 것 같이 보이는 밤하늘의 별들은 적어도 낮에 보이는 태양까지의 거리보다 27만 배나 더 멀리 있다는 말이지요. 그러니 지구나 태양은 넉넉하게 ‘빈 공간’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텅 빈 충만’인 셈입니다. 어쩌면 인간의 고독은 이와 같은 우주의 실제 위치와 닮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태양보다 16배나 밝은 것으로 드러난 씨리우스 별은 우리에게서 8.6광년 거리에 있습니다. 그러니 씨리우스는 포록시마보다 2배 멀리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지구로부터 10만 광년 이내에 있는 이웃 별들은 모두 7개입니다. 또 우리가 잘 아는 거문고좌에 속한 직녀성(Vega)까지는 27광년이며, 이 직녀성과 견우성(Altair) 사이의 거리는 15만 광년입니다. 그러니 견우와 직녀가 서로 광속으로 달려가 중간 지점에서 만난다 해도 7년 반이 걸릴 것입니다. 그러니 1년에 한 뻔씩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말은 그 사실 외에 다른 의미가 있을 듯하니, 아마도 이것은 우리 선조들이 외롭게 떨어진 두 별을 낭만으로 이어놓았던 것 같습니다.

매우 밝은 별은 멀리 있어도 다소 밝게 보일 것이고, 아주 흐릿한 별은 가까이 있어도 흐릿하게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밝은 것은 가까이 있는 것이고 흐린 것은 멀리 있다는 일반 원칙을 적용해 볼 때, 우리 눈에 간신히 보일 정도의 흐릿한 별은 대략 2000 광년 거리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밤 우리 눈에 도착하는 별빛들 가운데 가장 오래 걸린 것들은 아랍과 인도의 세 점성가가 베들레헴을 향하던 당시에 출발한 별빛들인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밤하늘에 섰을 때 우리는 4년으로부터 200년에 이르는 다양한 과거와 마주치고 있는 것이니, 영원한 존재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달은 1.2초 전의 위성이고, 태양은 8분20초의 별이며, 명왕성도 가까울 때는 5시간20분 전의 행성이니 이들은 다른 별들에 비해 우리와 ‘동시세계’로 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욥에게 그러하듯이 창조주는 때때로 우리에게 밤하늘 별들의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아느냐고 물으실까요? 억수로 고통을 당할 때, 말로 할 수 없는 극악한 삶의 정반대의 경우를 만났을 때, 하나님은 왜 답도 없는 우주에 대한 질문을 던지시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지나치게 당혹스러운 일을 당할 때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요?

“그들이 별을 보고 매우 크게 기뻐하고 기뻐하더라.”(마 2:10)

춘천 성암감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