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피의자 신분 소환
입력 2011-12-20 01:29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통산 네 번째이자 2003년 2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이후 8년10개월 만의 검찰 출석이다. 검찰은 지난달 8일 SK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공개수사로 전환한 지 40여일 만에 최 회장을 불러내며 수사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
◇횡령 공모 추궁=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최 회장을 상대로 계열사 자금이 개인 선물투자에 유입되는 과정을 지휘 또는 개입했는지를 강도 높게 캐물었다. SK텔레콤, SK C&C 등은 2008년 10월 29일과 30일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에 497억원을 펀드출자 예수금 명목으로 입금했는데, 이 돈은 세탁을 거쳐 최 회장 선물투자를 대행한 SK해운 고문 출신 김원홍(50)씨 계좌로 흘러갔다. 같은 해 11월에는 SK E&S와 SK가스 자금 495억원이 반대로 베넥스를 거쳐 SK텔레콤과 SK C&C 계좌로 건너갔다. 검찰은 이 과정을 SK 계열사 돈이 최 회장 형제 선물투자에 쓰였다가 메워진 것으로 판단하고 베넥스 대표 김준홍(46)씨를 구속 기소했다. 최 회장, 최재원 부회장 형제가 가담했다면 992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셈이다. 검찰은 또 최 회장이 그룹 임원들의 성과급을 부풀려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포착,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 형제 중 한 명은 영장 가능=최 회장은 오전 9시25분쯤 검찰에 출두하며 “저를 둘러싼 의혹과 오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성실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 회장을 밤늦게까지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 최 회장은 조사에서 범행 개입을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베넥스 전·현 임원 조사와 자금추적 등을 통해 계열사 돈이 선물투자에 전용된 사실을 최 회장이 사전에 인지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은 것은 최 회장 형제 사법처리 여부 및 수위다. 검찰은 김준홍씨 공소장에 최 부회장의 공모를 명시, 사법처리를 기정사실화했다. 횡령 규모, 치밀한 수법 등을 감안하면 구속 사안이다. 단 재계 3위 그룹의 총수 형제를 모두 구속하는 것은 검찰로서도 적잖은 부담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최 회장은 1994년과 95년 장인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03년 2월에는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돼 2008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후 그해 광복절에 특별사면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