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28세 김정은 불안한 후계… ‘세습 안착’ 곳곳 암초

입력 2011-12-20 01:08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북한 권력체제 변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가장 큰 관심은 2010년 9월 28일 제3차 당대표자대회를 통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김정은(28)이 권력을 승계할 수 있을까에 모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09년 1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하면서 권력승계 작업을 진행시켜왔다. 따라서 김정일·정은 공동통치 체제가 자리잡은 지 3년 가까이 됐기 때문에 현재로선 그에게로 권력 세습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유고에 대비해 당·군·정 조직을 김정은 중심으로 재편했고 모든 보고도 김정은을 거치도록 시스템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또 김정은 핵심 측근들을 당·군·정 요직에 포진시켜 조직과 정보를 장악하게 함으로써 그의 대적세력이 존재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매제이자 김정은의 후견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에게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성 지도 임무를 맡겼고 당·군·정 주요 인사에 대한 인사와 통제권을 행사하는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에 이제강 이용철 김경옥 등 김정은 측근들을 중용했다. 군에서는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김정각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등이 급부상했다.

김정은을 보좌해 현재와 미래의 북한을 이끌어갈 파워엘리트 집단 200여명이 당·군·정 요직에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권력승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수령이 되기에는 김정은이 매우 젊은 나이지만 군부와 공안기관 파워엘리트들이 그를 뒷받침하고 있고 대안세력이 없어 현재로서는 그가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북한 권력의 핵인 군을 자신이 유일적으로 지도하던 체제에서 자신의 승인과 동의 하에 김정은이 이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보좌를 받아 이끌어가는 체제로 바뀌었다. 이는 자신의 유고 시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직을 갖고 군력(軍力)을 동원해 권력을 승계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당 중앙위 위상과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김정은이 군사부문 전반을 장악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했다. 또 당 중앙군사위에 군 수뇌부를 모두 포진시킴으로써 김정은이 군을 지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그러나 김정은이 세습체제에 걸림돌이 되는 고위 간부들을 숙청하면서 김 위원장 부자에 대한 배신감이 확산되고 있고 간부사회가 동요하는 등 후유증 또한 심상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정은이 군과 공안기구를 통해 공포정치를 펼쳐 주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보 당국의 분석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후계자로 내정돼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을 김정은 권력세습의 최대 장애 요소로 보고 있다. 김정은은 2009년부터 보위부를 동원해 북한 내 김정남 측근들을 탄압했으며, 이에 위협을 느낀 김정남은 해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세습체제를 비판하는 등 반발 움직임을 보였었다. 그는 김 위원장 장남이면서도 장의위원 명단에서조차 제외되는 수모를 당했다. 김정은의 견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남이 생존을 위해 해외 망명할 경우 세습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권력욕이 큰 것으로 알려진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등이 새로운 권력을 꿈꿀 가능성도 있고, 군부가 새로운 지도자를 옹립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많다.

한편 인민일보는 이날 김정남 김정철 등 김 위원장의 다른 아들이 후계자로 떠오를 가능성을 분석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세 아들 중 누가 후계자가 될지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제목을 달았으나 지난 3월 제12차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결과 세 명 모두 대의원에 당선되지 않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흥우 선임기자,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