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中, 미리 통보 받았을 것” 추측… 영향력 커질듯

입력 2011-12-20 01:20

中 어떻게 할까

중국은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대해 “김정일 동지는 조선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사업을 위해 필생의 정력을 바쳐 불후의 공훈을 세웠다”며 “그는 중국 인민의 아주 가까운 친구로 중국 인민은 그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박명호 주중 북한 대사관 임시대리대사를 만나 이같이 말하고 “우리는 조선노동당과 김정은 동지의 영도 하에 조선 인민이 틀림없이 일치단결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전통적 동맹국인 북한의 지도자였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최상의 치하를 보냄과 동시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후계 역할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주목된다.

양 외교부장은 또 “조선 인민들이 비통한 마음을 바꿔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각종 사업 추진에 힘을 쏟는다면 새로운 성취를 이룰 것으로 믿는다”며 “이를 통해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는 데 새로운 공헌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한반도와 북한에서 평화와 안정을 이루도록 중국과 북한 양국이 적극적으로 공헌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밝혔다. 그는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일 동지가 불행하게 서거한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북한 인민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보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 정부는 북한 측으로부터 김 위원장 사망을 미리 통보받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중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전통적인 북·중관계로 볼 때 이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라면 북한 언론이 보도하기 전 북측이 중국에 알렸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중국 정부는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향후 북한 정권 내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북한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치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기본 정책은 양 외교부장의 발언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중국으로선 앞으로도 한동안 내치(內治)에 힘을 쏟아야 할 형편이어서 한반도에서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는 상황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정책을 견지해 왔다. 이는 북한과 한반도의 안정이 동북지역뿐 아니라 중국 전체의 안정에도 긴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미국 등 서방의 제재와 견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뒤에서 지원했다. 중국 정부는 이제 북한 체제 안정을 위해 군부 등이 돌출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후계 문제와 관련해서는 김정은 체제를 지지한다는 뜻을 이미 분명히 밝힌 셈이다. 양 외교부장의 발언에서 이러한 중국의 생각은 확실히 드러난다. 즉 김정은을 중심으로 북한 인민들이 일치단결해 새로운 국가 건설에 나서길 기대한다는 것이다.

장팅옌 초대 주한 중국 대사도 이날 환구시보와의 회견에서 “김정은이 안정적으로 권력을 이양받기

를 바란다”며 “김정은이 서른 살밖에 안 됐지만 체제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권력을 이어받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김정은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도 중국이 그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베이징의 한 국제정치 전문가는 “중국이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정을 위해 지원을 강화한 뒤 개혁·개방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앞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