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유사점 많은 1994년과 현재… ‘특별방송’ 김일성 사망 보도 이후 처음

입력 2011-12-19 21:47

북한 매체들이 19일 보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은 12년 전 김일성 주석 사망 발표 당시와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두 부자의 죽음에 대해 북한은 모두 ‘특별방송’이라는 형식으로 공개했다. 북한은 이날 낮 12시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TV와 라디오, 통신 등 주요 매체의 특별방송을 통해 알렸는데 특별방송은 1994년 7월 9일 김 주석 사망 보도 이후 처음 이뤄졌다.

두 사람의 사망 소식이 사망 직후 바로 보도되지 않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발표된 점도 동일하다. 그러나 사망 사실을 발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다소 차이가 난다. 북측은 94년 김 주석 사망일인 7월 8일보다 34시간 뒤인 9일 낮 12시 이를 공식 발표했었다. 반면 김 위원장의 경우 사망 시점인 17일 오전을 기준으로 51시간30분 지연돼 발표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 정비를 위해 좀 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측 매체는 또 부자의 사인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했는데 사망원인이 모두 심근경색이라고 밝혔다. 김 주석 사망 당시 ‘중앙방송’과 ‘평양방송’ 등 주요 언론들을 통해 “심장혈관과 동맥경화증으로 치료를 받아오던 중 겹쌓이는 정신적 과로로 심근경색이 발생했고 심장쇼크가 합병됐으며 모든 치료를 다했으나 심장쇼크가 악화돼 사망했다”고 밝혔다.

북측 당국은 이번 김 위원장 사망 원인에 대해서도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사망 장소를 ‘달리는 야전열차’라고 명시했고 ‘중증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한 심장성 쇼크’가 사망 원인이라고 공개했다.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전 해부를 통해 사망 원인을 명확히 한 점도 김 주석의 사망 발표 당시와 같다. 북한은 “병리 해부검사에서 (김 위원장의) 질병 진단이 완전히 확정됐다”고 명시했고, 김 주석 사망 발표 당시에도 하루 만에 병리해부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 사망을 둘러싼 ‘암살설’이나 ‘타살설’과 같은 의혹과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 주석과 김 위원장의 사후 발표된 특별방송 내용은 대부분 두 지도자의 생애 업적에 대한 맹목적 찬양 일색이었다. 그러나 두 번의 특별방송에서는 모두 차기 후계자를 직접 언급하며 북한 주민들의 대를 이은 충성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김 주석 사망 시 발표된 특별방송에서는 김 주석의 사망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우리당과 인민의 탁월한 영도자이시며, 우리 혁명력의 최고사령관이신 김정일 동지께서 서 계신다”고 찬양해 북한 주민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 위원장 사망 뒤 발표된 특별방송에서도 어김없이 후계자인 김정은을 언급하며 “김정은 동지의 영도에 따라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 오늘의 난국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북측 TV 아나운서가 울먹이면서 방송을 한 부분도 비슷하다. 또 발표 첫머리에서 “(김 위원장이) 서거하시었다는 소식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 등의 문구도 김 주석 사망 발표 때와 닮은꼴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