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정부, 개성공단 제외한 전 지역 방북·물자 반출 보류

입력 2011-12-19 22:00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19일 정부는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한반도에 들이닥친 두 번째 비상사태에 차분하면서도 차질 없이 대응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MB, 분주한 하루=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조선중앙TV를 통해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는 김황식 국무총리, 김성환 외교통상, 류우익 통일, 김관진 국방, 맹형규 행정안전 장관과 원세훈 국정원장, 하금열 대통령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국내외 상황을 점검하면서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대응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이어 오후 3시부터 30분간 비상 국무회의를 열고 “국민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각 부처가 면밀히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회의에선 북한군 동향에 대한 보고와 함께 북한의 향후 권력이양 문제 등에 대한 대응책이 논의됐다. 이후 이 대통령은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 정상과 전화통화를 갖고 국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비상체제 돌입=청와대와 정부 부처는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이 대통령은 20일로 예정돼 있던 법무부의 새해 업무 보고를 연기했다.

대북 주무 부처들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통일부는 북한 개성공단을 제외한 전 지역에 대한 방북과 물자 반출을 잠정 보류키로 결정했다. 최보선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갖고 “19일 오후 5시 현재 북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개성공단 707명, 평양 10명 등 717명”이라며 “이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합동 상황반을 구성하고, 개성공단에 현지상황실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개성 만월대 유적 복구, 보존을 위해 방북했던 전문가 13명은 20일로 예정됐던 회의가 연기되면서 개성공단으로 이동, 20일 복귀할 계획이다. 또 황해남도 강남군에 대한 대북 지원 모니터링차 방북해 평양에 체류 중이던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관계자 10명도 예정대로 20일 귀환한다. 북측은 당분간 개성공단을 정상 가동키로 해 눈길을 끈다.

외교부도 박석환 제1차관 주재 간부회의에서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24시간 가동에 들어갔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오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한·미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중국, 일본, 러시아 외교장관과 릴레이 전화 연락을 취했다.

◇군, 비상경계태세 발령=김 위원장 사망으로 2급 비상경계태세가 발령되자 전군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합동참모본부 위기조치반과 신현돈 작전본부장 등 주요 지휘관들은 국방부 지하에 마련된 지휘통제실에서 북한군 이상 동향을 점검하고 주한미군과 협의했다. 한·미는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와 대북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 격상 문제를 검토했으나 북한군의 특이 동향이 감지되지 않아 현 단계를 유지키로 했다.

전방 순시에 나섰던 정승조 합참의장은 동해안 최전방인 육군 717 초소에서 김 위원장 사망소식을 접했다. 이 대통령은 초소에 있는 정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비태세를 잘 갖추라”고 당부했고, 정 합참의장은 합참 수뇌부에 대비태세 강화를 지시한 뒤 오후1시40분쯤 합참으로 복귀했다.

군은 전방지역에 대한 감시정찰을 대폭 보강했다. 군은 23일로 예정된 애기봉 성탄등탑 점등식을 앞두고 증강 배치한 RF-4 대북 정찰기 등 정찰·감시자산의 운용을 강화하고, 주한미군 측에 U-2 고공정찰기와 KH-11 첩보위성의 대북 정찰횟수 증강을 요청했다. 한반도 상공을 정밀 감시하는 경기도 오산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는 공중감시분석업무를 강화했고, 공군 전 비행기지의 전투기들은 유사시 즉각 출동할 수 있는 비상대기체제로 전환했다.

해군 작전사령부는 전술정보체계(KNTDS)를 통한 북한동향 감시 인력을 증원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북한 인접 해역에 대한 감시활동을 확대했다. 북한의 잠수함 침투를 감시하는 해상초계기 P3C의 초계비행 횟수도 늘렸다. 백령도와 연평도를 관장하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북측 해안포와 방사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