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北 곳곳 ‘눈물바다’… 김일성 때 비하면 충격 덜해
입력 2011-12-20 01:05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곳곳이 울음바다가 됐다고 중국 관영 CCTV 등 외신이 19일 보도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받아들이는 표정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와는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역 울음바다”=CCTV가 보도한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직후 평양시내 모습 화면을 보면 한 여성이 지하철역 입구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삼킨다. 한 중년 남성은 인터뷰에서 “이 슬픔을 무슨 말로 다 하겠습니까. 말을 잇지 못 하겠습니다”고 했다.
평양 주민은 시내 곳곳에 있는 김 위원장 초상화와 김 주석 동상 앞에서 차례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주민들이 최고인민회의 건물인 만수대의사당으로 몰려들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포착됐다. 혼절한 여성도 있었다. 시내에는 조기가 게양됐고, 상점 상당수는 이날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신화통신은 “영하 12도의 추운 날씨에도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통곡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평양발 기사에서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국인이 주로 투숙하는 평양 고려호텔의 직원들도 눈물을 흘렸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낮 12시30분부터 장송곡을 내보내기 시작했고, ‘김정일 장군의 노래’ ‘장군님은 빨치산의 아들’ 등 노래를 틀며 추모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탈북자 지원단체 나우(NAUH)의 탈북자 출신 지성호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함경북도 회령시의 지인 두 사람과 통화했는데, 김 주석이 사망했을 때와는 슬픔의 강도가 덜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북한 시민은 “김정일 사망에는 관심 없고, 내 장사만 잘 되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북한 내 통신원이 보내온 소식이라며 “주민들이 당국 지시에 따라 사망 보도를 집단 청취했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북한에선 1994년에도 김일성 주석 사망 보도를 집단 청취했다.
◇북한 “후계자 김정은 중심으로 모이자”=북한 내에서 별다른 동요나 소란은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평양시내 분위기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AP도 시내의 교통 흐름은 여느 때 월요일과 다름없다고 전했다.
북한은 “김정은 중심으로 모이자”고 인민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의 군대와 인민은 후계자 김정은의 영도를 받들 것을 맹세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은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에 본국 외교관의 방북 계획을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또 외국 기업에는 북한에 체류 중인 방문자를 1주일 안으로 출국시키라고 요구했다.
권기석 김수현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