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북한 리스크’ 증시 강타 코스피 한때 90P 가까이 폭락

입력 2011-12-20 01:27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대신증권 본사 1층 객장.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을 접한 주식 투자자들이 시세 전광판 앞으로 모여들었다. 전광판에는 하락 종목을 의미하는 녹색 숫자들만이 가득할 뿐 붉게 표시된 상승 종목은 채 10개가 되지 않았다. 낮 12시40분쯤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85포인트 넘게 하락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나자 투자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에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증시는 코스피지수가 한때 80포인트나 빠지는 등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6원이나 치솟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3.03포인트(3.43%) 하락한 1776.9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26.97포인트(5.35%) 떨어진 477.61로 장을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6.20원 오른 1174.80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1170원대로 오르기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10월 10일(1171.40원)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지수는 낮 12시 북한의 발표가 있은 직후 시초가보다 78.89포인트나 빠진 1750.60까지 주저앉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코스피지수는 오후 2시를 넘어서는 60포인트 안쪽까지 하락폭을 줄였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폭락 장세에도 불구하고 투매를 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666억원을 순매수했다. 2409억원을 내던진 외국인투자자들과 비교해 대조적인 행보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북한 리스크’가 결국엔 단기적임을 숱한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후계구도를 둘러싼 북한 내부 움직임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높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달리 단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어떤 형태의 후계체제가 나올지 사건이 수습되는 과정을 2~3일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시장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 경제부처와 금융 당국은 즉각적인 대응태세에 돌입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장 특별점검회의를 열고 비상금융상황 대응팀을 꾸렸다. 기획재정부는 위기관리대책회의와 야간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잇따라 열고 경제상황 모니터링에 나서는 한편 경제정책국 산하에 비상경제상황실도 설치했다. 한국은행도 금융비상대책반을 24시간 가동하기로 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북한 문제가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이경원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