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캐럴속에 사랑 편지 담았어요”… 박기영 새음반 ‘크리스마스 러브레터’

입력 2011-12-19 17:43


해마다 성탄 시즌이면 수많은 캐럴 음반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국내 뮤지션들이 만든 음반 중 단명하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는 캐럴 앨범은 별로 없다. 그만큼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린, 상술에 기댄 음반이 많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싱어송라이터 박기영(34)이 최근 발매한 음반 ‘크리스마스 러브레터’는 다르다. 깔끔한 편곡, 담백한 노래 때문일까.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MBC일산드림센터에서 만난 박기영은 “장수하라고 만든 음반이다. 올해 성탄 시즌에만 승부 보려고 낸 음반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10년 넘게 음악하면서 느낀 건 오래 들을 수 있는 노래는 멋 안 부리고, 정석에서 크게 안 벗어난 노래라는 거예요. 그렇게 만들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독실한 크리스천인 박기영은 원래 CCM 음반을 구상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좋아할 만한 장르는 CCM보다 캐럴인 거 같아 방향을 틀었다. 7월부터 작업을 시작했고, 신곡 2곡을 포함해 기존 캐럴을 재해석한 노래 10곡을 실었다. CCM 음반을 구상할 때 취지가 ‘사랑을 전하는 음반’이었던 만큼 앨범 이름은 ‘크리스마스 러브레터’라고 지었다. “9월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잖아요? 더운데 겨울 노래 쓰고 부르려니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남편이 도와줘서 잘 만들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박기영은 남편 얘기가 나올 때마다 미소를 지었다(박기영은 지난해 5월 한 살 연상의 변호사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실제 그의 남편은 이번 음반에서 신곡 2곡 작사를 직접 했다. 음반 속지에 작사자로 적힌 ‘서울숲 둘리’가 바로 남편이다.

왜 ‘서울숲 둘리’인지 물었더니 “제가 남편을 부르는 애칭”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남편이 박기영을 부르는 애칭은? “남편은 그냥 저를 ‘왕귀’라고 불러요. ‘왕(엄청) 귀엽다’는 말을 줄여서(웃음).”

1998년 데뷔한 박기영은 가요계에 흔치 않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모두 7장의 정규 음반을 발매했고,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시작’ ‘블루스카이’ 같은 히트곡도 만들어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여기(음악)가 저의 선교지라 생각하고 음악 활동만 열심히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CCM 음반을 만들지 않아도 제가 있는 자리에서 항상 찬양하면서 열심히 사는 게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다시 전파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귀가 되게 예민해서, 항상 제 노래를 들을 때 부족한 점을 많이 느껴요. 그래도 열심히 하다 보면 제 귀가 만족하는 수준에 언젠가 제 음악이 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