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최종병기

입력 2011-12-19 17:33

지난여름에는 ‘고지전’ ‘퀵’ ‘7광구’ ‘최종병기 활’ 등 블록버스터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최종병기 활’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선전하지 못했다. ‘최종병기 활’은 740만 관객을 넘어서며 감독판까지 나왔다. 조선 최고의 신궁(神弓) 남이(박해일)는 유일한 피붙이인 누이 자인(문채원)이 혼인날 청나라 정예부대에 포로로 잡혀가자 본거지를 급습한다. 자인을 구출해 탈출길에 오른 남이는 추격하는 청나라 병사들과 사상 최대의 활의 전쟁을 벌인다. 사활을 건 전투 장면이 압권이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천궁(天弓)은 영공을 침투하는 적 항공기를 격추시킬 수 있는 중거리 지대공(地對空) 유도무기다.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2013년부터 전방지역에 배치돼 수도권 방공 임무를 수행한다. 천궁은 도입된 지 40년이 지난 호크 미사일을 대체하고, 방공 유도무기 분야에서 선진국과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첨단 무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남북 군사대결이 지속되는 한반도에서 최종병기의 역할이 기대된다.

지난해 12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의 불길은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등을 휩쓸었다. 독재자들에게 억눌려 지냈던 국민들이 봉기하는 데는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 독재국가에 관한 한 SNS가 총칼의 위력을 누르는 최종병기였던 셈이다. 요즘엔 소말리아의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도 트위터로 무장하고 나섰다. 이 단체가 소말리아에서 반군 소탕작전을 벌이는 케냐 군대 등과 사이버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케냐 군대 등이 철수하지 않으면 자식을 살해할 것이라고 협박하는 글을 올리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전략을 ‘트위터 테러리즘’이라고 부른다.

7·23 고속열차 추락 참사 때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의 활약도 눈부셨다. 중국 매체들이 함구하는 상태에서 웨이보는 사고 1보, 당국의 엉터리 구조작업 등을 잇따라 폭로하며 진가를 발휘했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지난 16일 SNS 실명제를 강행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얄팍한 술수가 아닐 수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북한 민심이 어디로 흐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민의 인명을 경시하고, 자유를 억압하고, 인민을 도탄에 빠뜨리면 민심은 들고 일어서기 마련이다. 장차 SNS가 북한 인민들에게도 최종병기가 될 수 있음을 북한 당국은 명심해야겠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