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신학-목회 현장 잇는 노력 필요”…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목사, 구약학회 학술대회서 제안
입력 2011-12-19 17:42
한 목회자가 신학자들(구약학)에게 긴급 구조 요청을 보냈다. 대구중앙교회 박병욱(사진) 목사는 15일 한국구약학회가 개최한 송년학술대회에서 “현장 목회자는 구약신학과 거리가 먼 세계에 있다”며 “학문적 구약신학과 목회 현장을 잇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목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신학적 재충전 기회의 부재로 전통적인 신학과는 동떨어진 세계에 살고 있다. 학자들의 노력이 목회 현장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목회자는 목회에서 기쁨을 얻으며 설교를 통해 성도들의 삶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현실은 신학과의 괴리로 말씀의 풍성한 음식상을 차려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박 목사는 이를 위해 구약신학의 대중화를 제시했다. 목회자들이 학문적 신학으로서 구약학의 장으로 찾아가기 전에 구약학자들이 먼저 현장으로 와 달라는 요청이다. 박 목사는 “목회자를 돕는 것은 손쉬운 설교 작성을 위한 자료 제공의 차원을 넘어선다”며 “더 깊은 구약의 진리를 목회 현장에 전달해 달라”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는 신학을 이야기로 풀어 달라는 것이다. 이야기는 힘을 가진다. 일례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인생 이야기와 영화 ‘도가니’는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야기의 힘은 기독교 출판계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어 성경이 읽어지네’(이애실)와 ‘성경통독’ 시리즈(조병호) 등에서도 확인된다. 과거의 성경공부 교재가 성경에 숨은 정보를 읽어내는 것이었다면 요즘은 성경을 이야기 줄거리로 이해하고 있다.
박 목사는 “구약은 원래 대다수가 이야기로, 성경 안에는 사건과 해석, 신학이 모두 이야기 형태로 녹아 있다”며 “구약이 이야기라면 구약신학도 이야기 형태로 목회 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약학이 이야기로 말해진다면 그것은 학자의 신학과 새로운 해석을 담은 새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라며 “구약 이야기의 ‘낯설게 하기’를 통해 감추어졌던 진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구약 이야기를 읽는 중에 구약 성경은 우리 각자의 이야기를 촉발시킨다”며 “성경 이야기는 우리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주며 말문을 열어준다”고 했다.
박 목사는 본문 중심의 설교를 위해 깊이 있는 준비를 할 수 없는 목회적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본문 중심 설교는 해당 성경 본문을 가능하면 고전어로 읽고 여러 번역본을 대조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 다음 텍스트의 분석과 비평 작업이 뒤따른다. 이를 통해 어휘와 문맥, 사회문화적 맥락 등을 고려해 복합적으로 살핀다. 본문의 형성 역사와 저자의 신학도 숙고해야 한다.
이런 분석을 과정으로 본문을 해석하고 현실 성도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이 해석을 삶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실천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위해서는 신학적 지식이 부족하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한국 목회자들의 현실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