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향후 남북관계 악영향 걱정… “국민 지나친 동요·기대 금물”
입력 2011-12-19 13:49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시민들은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안 좋은 줄 알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사망할 줄은 몰랐다”며 놀라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생각을 묻는 기자에게 “정말이냐”고 반문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특히 북한 권력이양이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향후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시민단체들도 김 위원장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들은 김 위원장 사망이 북한 체제의 변화로 이어져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이 신장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희망했다. 진보단체들은 우리 정부에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은 19일 오후 12시1분 언론을 통해 시민들에게 알려졌다. 점심식사 자리에서 뉴스 속보를 들은 직장인들은 TV 주변에 모이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뉴스를 지켜봤다.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등에 있던 시민들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TV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휴가 나온 군인들은 복귀를 분주하게 준비했다. 통화량이 갑자기 급증해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 연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만난 김민정(28·여)씨는 “김 위원장 사망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충격적이라 믿기지 않았다”면서 “남북 간의 우발적인 충돌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태진(36)씨는 “한국이 경제불황과 불안한 정치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김 위원장 소식으로 국내에 혼란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당장 주식부터 팔아야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 사망이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교사 김모(34)씨는 “김일성 주석 사망 때도 한반도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우리 국민들도 지나친 동요와 희망 섞인 기대를 할 필요는 없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시민단체들도 긴급연석회의를 소집하며 향후 입장과 전망 등을 정리했다. 박상학(43)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탈북자의 한 사람으로서 격세지감을 느낀다”면서 “북한체제에 엄청난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 대표는 “김 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북한 주민에게 빠른 시간 내에 자유와 인권이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대표는 “북한에 새로 들어서는 정권과 우리 정부 간 대화가 잘 돼 납북자 문제 해결이 물꼬가 틔였으면 좋겠다”고 기대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김 위원장 사망에 애도를 표해야 한다”면서 “불안정한 상황에서 과도하게 비상체제를 운영해 북한을 자극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청년연대 공동대표는 “정부는 남북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 사망을 신중하게 대처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이도경 이선희 최승욱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