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춤사위 맥 잇는 父子, 나빌레라… 임이조 서울시무용단장 아들 현종군과 ‘부지화’ 출연
입력 2011-12-18 19:20
“저는 아들이나 제자들에게 항상 ‘전통무용을 먼저 하라’고 말해요. 전통을 모르고 창작을 하면 서양의 모방에 끝나는 거지. 우리 뿌리를 갖고 해야만 춤에서도 우리만의 개성이 나와요.”(임이조)
임이조(61) 서울시무용단장과 아들 현종(18)군이 다음 달 7∼8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리는 전통예술 공연 ‘부지화’ 무대에 함께 선다. 아버지 ‘백’으로 출연했나 싶겠지만, 민간 공연 기획사가 마련한 무대에 부자가 동등한 자격으로 ‘캐스팅’된 것이다.
같은 길을 걷는 아버지와 아들이라, 성격이든 외모든 닮았을 것이라는 선입견은 처음부터 깨졌다. 16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두 사람 역시 “개성이 중요하다”고 누차 강조했다.
현종군은 ‘부지화’ 테마 10개 가운데 하나를 맡았다. 아버지가 안무한 공연에 슬쩍 묻어가는 게 아니라, 무용가 겸 안무가로서 자신의 창작무를 선보이는 ‘데뷔’ 무대를 갖는 것이다. 현종군을 아역 시절부터 지켜봐 왔다는 기획자 강현준씨는 “어린 나이에 창작무를 하면서도 전통적인 춤사위를 제대로 살릴 줄 아는 건 현종이밖에 없다고 생각해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종군이 안무한 ‘도깨비난장’은 판소리 ‘흥부가’ 중 박 타는 대목이 끝난 뒤 박 속에서 도깨비들이 나와 춤추는 장면을 표현했다. 현종군은 “아버지의 도움을 안 받고 혼자 힘으로 (작품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임 단장은 대표 레퍼토리 ‘기원무’를 춘다.
아버지와 같은 길을 택한 아들이라면 어디서건 누구의 아들이란 말을 듣게 되는 게 숙명. 부담을 느낀 아들은 아버지와 갈등을 자주 빚었다고 한다.
임 단장은 “아들이 사춘기를 심하게 겪었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무용 안 하겠다’고 해서 속을 썩였다”고 말했다. 듣고 있던 현종군이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남들보다 혜택 받은 환경에서 자라왔다고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내년 대학 입학을 앞둔 청년의 꿈은 뭘까. “포부랄 건 딱히 없구요. 학교 졸업할 때쯤 아는 선생님들이 ‘현종아 공연 한번 하자’ 하고 불러줄 정도가 되면 좋겠어요.” 아버지는 “난 뭐 세계적인 무용가가 되겠다고 할 줄 알았더니”라며 웃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