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움 날린 한방… 최현미 진정한 챔프

입력 2011-12-18 19:06

“이제 진정한 챔피언이 된 것 같습니다. 가능한 모든 체급 석권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탈북 복서로 유명한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페더급 챔피언 최현미(21·동부은성)가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최현미는 17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특설링에서 열린 WBA 페더급(57.150㎏ 이하) 5차 방어전(10라운드)에서 세계복싱평의회(WBC) 아시아 챔피언인 사이눔도이 피타클론(23·태국)을 5라운드에 TKO로 제압했다. 프로 전적 6전 5승(2KO)1무.

최현미는 지난 4월29일 캐나다 출신 강타자 샌디 차고라스(30)를 3라운드에 KO로 제압하고 4차 방어전에 성공하며 ‘롱런’ 가도를 예고했다. 그러나 세계챔피언이 되기 전 치르지도 않았던 경기가 전적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지난 5월 뒤늦게 알려지면서 조작 의혹에 휘말리며 타이틀 박탈설까지 제기됐다.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계는 피했지만 마음고생은 심했다.

설상가상으로 스폰서와 프로모터를 구하지 못해 챔피언 벨트를 반납해야할 위기에도 처했다. 4차 방어전후 ‘6개월 내에 의무 방어전을 치러야 한다’는 WBA 규정 때문이었다. 아버지 최영춘(46)씨가 WBA에 찾아가 사정한 끝에 가까스로 12월 29일까지로 기간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고, 결국 지난 10월 중순 한 대기업의 후원으로 이번 5차 방어전을 치르게 됐다.

최현미는 이날 승리가 확정되자 화끈한 댄스 세리모니를 펼치며 방어전 승리를 자축했다.

1990년 평양에서 태어난 최현미는 2004년 가족과 함께 북한을 탈출해 그해 7월 한국에 정착했다. 2006년 국내 아마추어 무대를 거쳐 2007년 프로로 전향한 최현미는 2008년 10월 WBA 챔피언결정전에서 쉬춘옌(중국)을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꺾고 챔피언 벨트를 획득했다. 내년에 WBC 통합 타이틀 도전을 계획하고 있는 최현미는 “타이틀 박탈 얘기는 최근에야 알게 됐다. 아버지가 ‘선수는 운동에만 전념해야 한다’면서 그런 얘기는 전혀 하시지 않았다”며 “여자 복싱에 한순간이 아닌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