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의무절전’ 3일만에 물러선 정부
입력 2011-12-18 18:58
지난 15일부터 시행된 대규모 전력사용처의 ‘피크시간대 10% 의무절전’ 규제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기업들은 절전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해 손실을 보느니 차라리 과태료를 물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정부는 규제 시행 3일 만에 업체별 사정에 따라 기준을 완화하겠다며 물러서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A사 관계자는 18일 “현실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10% 절감은 불가능하다”며 “가동을 멈추면 수출 등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억대의 과태료를 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사도 “공장 설비를 최근 증설해 올해 계약 전력을 상향 조정했는데 작년보다 전력사용을 10% 감축하라는 말은 공장을 운영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식경제부는 동계 전력수급 비상 기간인 지난 15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계약전력 1000㎾ 이상 사용처 1만4000곳에 대해 전력수요 피크시간대인 오전 10∼12시, 오후 5∼7시엔 전년대비 10% 절전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하루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 조치대로 전력사용 10%를 감축하지 못하면 제한조치 시행일수 77일 동안 최대 2억255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할 처지다.
이에 광주상공회의소는 “지역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력 감축을 위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조정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해 산업용 전기요금이 12.6% 인상돼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번 제한 조치로 제조업체들의 어려움과 생산차질이 불가피하다. 제재보다 전력발전소의 고장 방지, 발전소 확대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경북 김천상공회의소도 “산업체에 총 전력 사용량을 90%로 줄이도록 하고 위반할 때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한 조치는 기업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한다”며 “산업용 전력사용 제한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달라”는 건의문을 이명박 대통령과 지경부 장관에게 보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이 지난 16일 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권본부 회의실에서 주재한 창업지역 수출기업 간담회에서도 “한국전력이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대낮에도 가로등이 켜져 있다. 정부는 전기절약을 하지 않는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기업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지경부는 이날 “이의신청을 한 업체별로 사유서를 받아 의무절전 기준을 조절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활동을 줄여서라도 절전하라”던 강경한 입장에서 3일 만에 꼬리를 내린 셈이다.
김정현 기자, 광주=장선욱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