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족보존위해 국내어선 감척했는데… 中 어선이 다 쓸어가

입력 2011-12-18 18:58


정부가 연근해 어업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국내 어선 수를 줄이는 ‘감척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최근 중국 불법어선의 급증으로 이 사업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국내 어민의 조업을 막아 지킨 어업자원을 불법 중국 어선에 내주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18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가 감척한 국내 연근해 어선은 지난해 1165척(연안어선 1095척, 근해어선 70척)에 이른다. 2006∼2009년 각각 1598척, 2922척, 5263척, 1758척 줄였다. 정부는 고갈될 우려가 있는 어업자원 보존 차원에서 1994년부터 감축사업을 벌이고 있다. 조업 활동을 중단한 어민에겐 연평균 수입의 3배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지급하는데 정부가 여기에 쏟아부은 돈만 5년간 6462억9100만원에 이른다.

이 같은 영향으로 국내 연근해에서 조업활동을 하는 어선 수가 대폭 줄었다. 94년 6541척에서 2001년 5014척, 2005년 3687척까지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2875척까지 급감했다. 잡아들인 어획량도 지난해 12만7382t으로 2005년 16만4036t에 비해 4만t 가까이 줄었다.

문제는 감척사업으로 우리 어선의 조업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최근 중국 어선의 불법 싹쓸이 조업이 판치면서 고스란히 우리 어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근해에서 허가를 받고 조업 활동을 하는 중국 어선은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1667척으로 이들의 어획량은 2만8205t에 이른다. 그러나 정부는 하루 2500여척, 연간 100만척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중국 불법 어선들이 우리 바다에 들어와 어업자원을 챙겨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주로 쌍끌이 어선을 이용해 촘촘한 그물로 조기, 오징어, 꽃게 등 닥치는 대로 조업을 하고 있어 더 큰 문제다. 한국수산회 관계자는 “지금처럼 중국 어선이 치어까지 싹쓸이하는 실정에선 감척사업의 취지가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 어선과 교류를 통해 의식 변화를 도모하는 것 외에 마땅한 대안 마련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어민들은 “중국 불법 조업에 대한 대책은 없이 감척사업만 진행함으로써 어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김수암 부경대 자원식물학과 교수는 “감척사업을 하지 말자는 건 같이 공멸하자는 것”이라며 “중국과 함께 어업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