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선원 32명을 구출하라”… 아라온호 긴급 출항
입력 2011-12-18 18:48
“위험에 처한 선원을 구출하라!”
대한민국 쇄빙선 아라온호가 남극 빙하 해역에서 조난당한 러시아 어선을 구조하기 위해 17일(이하 한국시간) 긴급 출항했다. 남극 로스해 해역에서 파타고니아 이빨고기(일명 메로)를 잡던 러시아 국적의 어선이 빙하와 충돌, 선체에 구멍이 뚫리면서 위험에 빠졌기 때문이다.
조난당한 어선에는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선원 등 모두 32명이 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로 밀려들어오는 해수를 펌프로 빼내고 있지만 물이 조금씩 차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인근에서 조업하던 선박 3척이 긴급 구조에 나서려 했지만 빙하에 막혀 사고 선박까지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온호는 당초 남극 제2과학기지(장보고기지) 건설을 위해 13개 기관 37명으로 구성된 조사단과 취재진 등을 태우고 19일 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고 소식을 접한 뒤 급히 연구장비와 식량,비상의약품과 보온용품 등을 선적한 뒤 출항을 30여 시간 앞당겨 17일 밤 8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리틀턴항을 떠났다.
아라온호는 사고 지점과 약 3000㎞나 떨어져 있지만 얼음을 뚫을 수 있는 쇄빙선으로는 최단 거리에 있어 러시아 측의 구조 요청을 받고 긴급 출항을 결정했다. 시급히 인명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바다의 상태가 퍽 나쁘다는 기상예보에도 불구하고 출항을 강행한 것이다. 아라온호는 현재 최고속도인 16노트(약 30㎞/h)로 운항 중이며 사고 지점까지는 8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해양부 임현택 해양영토개발과장은 18일 “뉴질랜드와 미국 등이 비행기와 헬리콥터로 조난당한 어선의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며 “아라온호는 뉴질랜드 해양구조센터와 협력해 구조 작업에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라온호가 인명 구조를 위해 출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8년 우리 연구원들이 남극 인근에서 아르헨티나 선원 50여명을 구조한 적이 있지만 당시는 칠레 선박을 빌려 탄 상태였다.
예상하지 못한 구조 작업에 나서게 됐지만 연구원들도 인명 구조에 나서는 게 옳다는 입장이다. 연구단을 이끄는 김예동 남극대륙기지건설단 단장은 “항로가 틀어지다 보니 남극에 도착하는 시기가 원래 계획보다 며칠 지연되겠지만 사람을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아라온호 김현율 선장도 “사고 지점에 접근할 수 있도록 얼음을 깨고 길을 내는 등 구조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라온호 선상=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