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대충돌’] 첨예 이슈 동시 불거져… 한·일관계 급랭 불가피

입력 2011-12-18 21:23

한·일 정상이 18일 위안부 배상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이면서 한·일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특히 전날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상이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게 “독도는 일본 고유영토”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국 간 외교 갈등이 어느 때보다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간 가장 첨예한 이슈가 동시에 불거졌기 때문이다.

일본 측의 독도 발언과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겐바 외상은 정상회담에 참석하지도 않은데다 회담 전 잠시 정부 당국자와 나눈 환담에서 한 말”이라며 “독도 문제에 있어 일본 야당으로부터 대(對)한국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받자 생색내려 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외교부 측은 “일본은 한국 정부에 호시탐탐 독도 얘기를 꺼내 분쟁지역화하려고 하는데 이런 꼼수에 대응하면 오히려 말리는 꼴”이라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영원히 짐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앞으로의 한·일관계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위안부 청구권 문제를 중재위원회로 가져가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1995년 설립됐다가 2007년 3월 해산한 아시아여성기금과 같은 보상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겐바 외상은 지난 7일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한국의 배상 청구에 응하는 대신 과거에 만든) 아시아여성기금의 경우 지금 해산했지만 사업은 다시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민간기구 형태로 설립한 아시아여성기금은 각국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보상금 지급을 추진했지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은 “배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반발해 무산됐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양국으로선 갈등 국면이 지속될수록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위안부 배상 문제가 오히려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또 “양국 정부와 민간이 설립하는 제3의 기구 설립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일본 정부도 보상 주체로 참여하게 돼 정대협 등 국내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일 양국 간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대립이 커지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양국 정부 간 고위급 접촉 등 인사교류와 북핵 6자회담 문제와 같은 안보 협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