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독도’ 대충돌… MB “총리가 위안부 해결 앞장을” 압박
입력 2011-12-18 18:35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18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배상 문제로 정면충돌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교토 영빈관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 회담 내내 위안부 문제의 우선 해결을 강력히 촉구했다.
노다 총리는 ‘법적으로 끝난 일’이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거꾸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시민단체가 설치한 위안부 평화비(청동 소녀상) 철거를 공식 요구했다.
노다 총리는 정상회담 후 일본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이 17일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게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항의했다”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겐바 외상은 이날 노다 총리의 이 대통령 초청 공식만찬 행사 도중 천 수석에게 다가가 “다케시마(독도)에 한국 국회의원이 방문하고 시설물을 설치하는 건 유감”이라며 항의하듯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회담 실무진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강공(强攻)’이었고, 노다 총리의 대응은 우리 정부 기대를 크게 벗어난 ‘역공(逆攻)’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본격 거론되기는 처음이며, 노다 총리가 독도 문제까지 들고 나와 양국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게 됐다.
이 대통령은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 63분이 평균 86세이신데 올해도 16분이 돌아가셨다. 몇 년 있으면 다 돌아가실지 모른다”며 “노다 총리가 직접 해결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 실무적 발상보다 정치적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다 총리는 “우리 정부의 법적 입장은 아실 테니 거듭 얘기하진 않겠다. 우리는 인도주의적 배려로 협력해 왔고 앞으로도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지혜를 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위안부 평화비가 설치된 건 안타까운 일이다. 대통령께 철거를 요청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가 없으면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제2, 제3의 동상이 세워질 것”이라며 거듭 해결책을 요구했다. 노다 총리는 더 이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제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지혜를 내겠다는) 일본의 구체적 행동을 지켜보겠다. 구체적 조치가 없으면 한·일 관계에 계속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노다 총리와 교토의 명소인 료안지(龍安寺)를 방문한 뒤 귀국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