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사자성어 ‘엄이도종(掩耳盜鐘·자기 귀를 막고 종을 훔치다)’
입력 2011-12-18 18:35
올해의 사자성어로 자기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의 ‘엄이도종(掩耳盜鐘)’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지난 7∼16일 전국 대학 교수 304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설문조사한 결과 36.8%가 ‘엄이도종’을 꼽았다고 18일 밝혔다.
엄이도종은 자신의 나쁜 일은 생각하지 않으면서 남의 비난을 듣기 싫어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승상 여불위가 만든 우화집 ‘여씨춘추’에서 유래했다.
진나라 범무자의 후손인 범씨 일가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백성 중 한 명이 이 집안의 종을 훔치려 했다. 도둑은 종이 커 망치로 깼는데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다른 사람이 올까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았다는 일화다. 송나라 유학자 주희는 이를 인용하면서 “종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리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는 짓을 지도자가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엄이도종 선정 배경에는 정부의 독선적인 정책과 소통부족이 원인이라고 교수신문은 분석했다. 김풍기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공격 의혹 등이 겹쳤지만 정부는 국민이 납득할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올해의 사자성어 2위(25.7%)는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한다’는 뜻으로 탐욕스러운 관리가 백성을 착취하는 일을 비유하는 ‘여랑목양(如狼牧羊)’, 3위(21.1%)는 ‘갈림길이 많아 잃어버린 양을 찾지 못한다’는 뜻의 ‘다기망양(多岐亡羊)’이 뽑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