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대충돌’] 日 언론 “MB 발언, 여론 의식한 국내정치용”

입력 2011-12-18 21:20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정상회담에서 이례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강도 높게 요구하자 일본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위안부 문제가 한·일 외교 관계에 가장 큰 현안으로 부상했다”면서 한·일 관계에 암운이 드리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던 이 대통령이 달라졌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위안부 피해 방치는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후 한국 언론이 강경해지자, 이 대통령이 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강행 처리하면서 이 대통령의 구심력이 약해졌다”고 분석한 뒤 “대통령이 여론을 의식해 일본에 우호적 자세를 취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뢰 도모 차원에서 가진 17일 비공식 회담 분위기도 매우 어색했다”면서 “한·일 관계 강화라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목표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전망을 내놨다.

교도통신 역시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한국 내에서 배상을 요구하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국 정상이 목표로 하는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 대통령이 약 1시간에 걸친 회담에서 40분을 위안부 문제에 할애하며 우선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했으며, 총리는 주일 한국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을 철거해 달라며 맞대응에 나섰다고 전했다.

NHK방송은 노다 총리가 한·일 기본협정으로 청구권 문제가 해결됐다는 기본입장을 강조하면서도 인도적 견지에서 앞으로 지혜를 내보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나 노다 총리 모두 당장 국내 여론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양국 관계가 경색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니혼TV’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인식에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간 역사 문제가 얼마나 뿌리가 깊은지를 다시 한번 인식시켰다”고 논평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이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1965년 국교정상화 당시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평했다.

양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