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수사권 조정 불가능 판단 “형소법 재개정 나설 것”

입력 2011-12-18 22:08

조현오 경찰청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시행령(대통령령)에 경찰 요구를 반영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고 상위법인 형사소송법 재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조 청장은 시행령 입법예고안이 수정되지 않을 경우 사퇴하려던 생각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조 청장은 지난 16일 전국 경찰관에게 ‘경찰청장 서한문’을 보내 “수사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형소법 재개정의 대장정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서한에서 “지난 6월 경찰의 수사 주체성을 인정하는 형소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국무총리실이 입법 취지에 배치된 강제 조정안을 입법예고함으로써 경찰이 나아갈 길이 분명해졌다”며 “이제는 궁극적으로 바위를 깨뜨리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불리한 입법예고안을 고치는 게 어려워졌으니 상위법을 바로잡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 15~17일 총리실 주재로 양측 입장을 조율하는 협의를 세 차례나 가졌으나 끝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최근 간부회의에서 “입법예고안이 수정되지 않으면 직을 내놓겠다”고 했던 조 청장은 형소법 재개정 추진을 위해 생각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박종준 경찰청 차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청장마저 물러나면 수뇌부의 공백이 너무 커진다고 간부들이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입장이 잘 반영된 시행령을 만드는 데 실패한 데다 형소법 개정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일이어서 일선 경찰관의 반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 청장은 지난 15일 경찰청 내 경정 이상 간부들을 소집해 ‘경무관으로 승진하지 못한 경찰대 1기 출신 간부의 거취’에 대해 논의했다. 승진 코스인 본청과 서울경찰청에 경찰대 1기 출신 총경이 너무 많아(14명) 인사적체가 발생한다는 지적 때문에 모인 것이다. 조 청장은 이들을 지방으로 강제 전출시킬지 여부를 투표에 부쳤으나 강제 전출안은 부결됐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