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디도스 수사 발표 청와대가 늦추려 했다”

입력 2011-12-19 03:10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 공격의 핵심 인물을 검거했다는 지난 2일 경찰 수사 발표를 청와대가 늦추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18일 “경찰이 지난 1일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전 비서 공모(27)씨를 검거하고 청와대에 보고하며 이튿날(2일)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전했는데, 청와대 측에서 수사를 좀 더 해보고 발표하자는 의견을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는 토요일인 3일 대규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집회가 예정돼 있으니 발표를 미루자는 입장이었다”며 “그러나 경찰이 이미 기자들에게 알리고 엠바고(특정 시점까지 보도 자제)를 요청한 터라 예정대로 발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한나라당 인사가 연루된 사실이 처음 공개된 이 수사 발표는 한나라당 지도부 와해의 도화선이 됐다.

앞서 17일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은 청와대가 10·26 재보선 전날 디도스 공격 가담자들과 박모 청와대 행정관이 술자리를 한 사실, 한나라당 관계자와 해커들 사이에 돈거래가 있었던 사실 등을 공개하지 않도록 경찰 수사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해명자료를 내고 “디도스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한 바가 없다”며 “사실이 아닌 것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동해 청와대 치안비서관은 “수사 진행상황 보고는 통상 절차대로 받았으나 압력을 행사한 적은 전혀 없다”고 했다.

조현오 경찰청장도 “수사과정에서 청와대 측과 두 차례 통화한 적은 있지만 어떤 외압도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보도를 부인했다. 조 청장은 “(청와대와의 통화에서) 박 행정관의 저녁자리 참석은 이번 사건과 관련 없어 보인다는 수사팀 판단을 전했고, 돈 거래는 이미 이자를 포함해 갚는 등 사적인 거래로 추정된다는 내용을 전해줬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경찰의 이 같은 부인에도 불구하고 야권은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며 맹공을 가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18일 국회 브리핑에서 “만약 청와대가 사이버테러 금전거래 사실을 덮었다면 이명박 정권은 즉각 간판을 내리고 퇴진해야 마땅하다”면서 “국정조사와 특검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반드시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근 전 시민통합당 지도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만약 청와대와 이 대통령이 개입됐다면 대통령 탄핵 사안”이라며 “박근혜 전 대표도 스스로 강해지려면 디도스 문제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걸 덮고는 그분도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은 국조와 특검 실시와 별개로 국회 본회의를 열어 디도스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를 할 것을 한나라당에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정면돌파에 나서는 모습이다. 박 전 대표는 19일 비대위원장에 임명되면 곧바로 디도스 사태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두아 원내공보부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에서 “왜 하필 1억원을 범행 전후에 주고받았을까. 검찰은 성역 없이 수사해 정치검찰 오명을 벗으라”고 주문했다.

태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