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줄줄 새는 정책연구용역] 연수 기획·진행 사업비 부족하자 ‘용역 보고서’ 발주해 결제 해결

입력 2011-12-19 01:10

특임장관실은 2010년 7월 10∼18일 8박9일 일정으로 특임장관실 관계자, 한나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의 당직자·보좌진 등 17명을 데리고 미국 워싱턴·뉴욕을 방문하는 ‘정당원 해외연수’를 실시했다. 연수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한 곳은 미 국무부 산하 ‘차세대정치지도자협의회’(ACYPL)와 교환 방문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내의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이었다.

NSI는 특임장관실로부터 연구용역을 발주 받아 ‘선진해외연수 매뉴얼’이라는 용역보고서를 만들어 미국 연수 직후인 2010년 9월 제출했다. 연구용역비는 1900만원이었으며 부록을 포함해 130쪽이었다.

그러나 이 용역보고서는 정부 정책의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연구용역 사업의 취지와 크게 어긋난다.

1∼16쪽은 선진 해외연수와 상관없는 한국 정치의 발자취를 다루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중국 등 4개국의 개황과 정치체제를 소개하며 네이버백과사전, 두산백과사전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놨다. 용역보고서는 ‘예산절약을 감안해 가능한 한 현지에서 식사협찬을 받을 것’ 등 여행사 관광안내서에나 있을 법한 내용을 담았다.

특임장관실은 용역보고서가 정책개발과 상관없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NSI가 정당원 해외연수 과정에서 국무부 등 미국 정부기관과 일정 등을 조정했다”면서 “해외연수를 처음 실시했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해 연구용역을 주기로 합의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당원 해외연수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매뉴얼이 필요했으나 이 정도로 수준이 낮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NSI 관계자는 “내용이 부실한 것을 인정한다”면서 “특임장관실에서 연구용역으로 비용을 대신하는 방식을 먼저 제의해 급하게 용역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박사과정을 준비하는 지인들에게 용역보고서 작성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하윤해 천지우 이도경 이선희 최승욱 진삼열 김미나 사회부 기자, 전웅빈 경제부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