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폭풍우… 1400여명 사망·실종
입력 2011-12-18 21:43
지난 16일 밤(현지시간) 필리핀 남부 지역을 강타한 태풍 ‘와시’로 140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했다. 필리핀 적십자사는 18일 현재 최소 652명이 숨지고 808명가량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폭풍우는 주민들이 잠든 야간에 발생한 데다 홍수에 만조까지 겹치면서 피해규모가 더욱 커졌다. 사망자 가운데는 여성과 어린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교민 1명도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늘어날 듯=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남부 민다나오섬 북부에 위치한 항구 도시 카가얀데오르와 일리간 등이다. 그웬돌린 팡 필리핀 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카가얀데오르와 일리간 두 도시의 피해가 크다”며 “실종자 대부분도 사망한 것으로 보여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카가얀데오르는 우리 교민 500여명이 거주하는 곳이다. 외교통상부는 17일 한국 교민인 16세 여학생 한 명이 물에 잠긴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태풍 와시는 16일 밤부터 17일에 걸쳐 민다나오섬을 지나면서 12시간가량 폭우를 쏟아부었다. 이 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은 민다나오섬 평균 한 달 강수량에 육박했다. 엄청난 폭우로 인해 카가얀데오르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내린 지 1시간도 안 돼 약 3.3m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AP는 전했다.
카가얀데오르와 일리간 대부분 마을은 전력과 물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물은 빠지기 시작했지만 상당수의 피해 마을 주민들은 구조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고립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호센터 등에 수용된 이재민 3만5000여명도 구호 물품 부족 등으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피해 커진 이유는=밤과 새벽 시간대에 폭우가 쏟아진 것이 피해가 커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홍수뿐 아니라 만조까지 겹치면서 피해가 더 확산됐다. 민다나오 북서부 지역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홍수 피해가 적었던 지역이라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홍수 경보 및 대피 등 대응이 민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성과 어린이 등에게 피해가 집중된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현지 관리는 전했다.
필리핀 정부는 2만여명의 병력을 현장에 투입해 실종자 수색과 구조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인명피해 규모가 워낙 커 제대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카가얀데오르와 일리간 등의 임시 안치소에는 시신들이 방치돼 있어 오염 피해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