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수방랑기(26)

입력 2011-12-18 17:22

빵집에서 태어난 뜻

매년 12월이면 나 예수의 탄생지 베들레헴에서도 성탄절 아니 ‘예탄절’ 축제가 열립니다. 특히 각 나라 교회합창단이 그들의 고유의상을 하고 자기 나라 말로 찬양 드리는 장면은 매스 미디어를 타고 온 세계에 중계됩니다. 1980년대에는 예루살렘한인교회도 한국말 찬양을 처음으로 드렸답니다.

그 뒤 어느 해인가, 이 축제에는 특이한 설교자를 모셨습니다. 첫 번 오순절 때처럼 베드로가 아람말로 설교했어도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알아듣도록 하는 설교자였습니다. 통역의 번거로움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뽑혀온 사람이 바로 나 예수입니다. 복수언어 집회에서는 종종 그런 기적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행사준비위원의 귀에 들려왔답니다.

사실 그런 때가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어머니의 품과 같이 아늑함을 맛 볼 수 있는 곳이 아닙니까. 나 예수도 나사렛에 살던 청소년 시절 베들레헴에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둘러보았습니다. 뛰넘절 (유월절, Passover)이면 예루살렘에 왔다가 베들레헴까지 다녀가기도 했고, 제자들과 함께 전도할 때에도 몇 번 고향땅을 밟았었습니다.

베들레헴 곧 ‘빵집마을’은 열두 지파 가운데 우리 조상들이 소속된 유다 영토 안에 있었습니다. 밀농사가 꽤 잘되었고 또 양들을 치기에도 알맞은 곳입니다. 게다가 광야의 양식 만나가 끊어진 길갈 근처이기도 합니다.

축제는 ‘탄생교회’ 앞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여러 국가와 민족과 언어를 대표하는 찬양들이 오색찬란하게 하늘에 울려 퍼졌습니다. 회중들도 모두 모두 황홀한 분위기에 푹 빠져 함께 찬양을 드렸습니다. 첫 번 크리스마스 때 수많은 천군천사들의 합창 곧, “하나님께는 영광, 땅 위에는 평화, 사람들에게는 기쁨”이 재현된 느낌입니다.

“저는 빵집 동네 바로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쌀을 주식으로 삼는 분들에게는 ‘밥집’이라는 동네이지요. 하늘 아버님께서 저를 바로 이 빵집마을에서 첫 울음을 터뜨리도록 하셨습니다. 그래서 평생토록 빵에 담긴 하늘의 뜻을 여러 번 여러 번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설교를 시작했습니다. ‘네가 빵집마을에서 태어나지 않았느냐, 그러니 이 돌멩이들로 빵을 만들어 보라’는 마귀의 유혹도 간증했습니다. 빵 기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을 먹였더니 나 예수를 왕으로 모시겠다는 혁명을 꾸민 일도 밝혔습니다. 경제 메시아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굶주림이 너무도 심한 때여서 오죽하면 나 예수도, “하늘 아버님, 사람이 빵을 먹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도록 창조하실 수도 있지 않습니까? 몸 안에서 양식이 자동적으로 생산되도록 재창조하실 수는 없을까요?” 그렇게 강청 기도한 것도 소개했습니다.

“그 때에 하늘에서 천둥소리 같은 음성이 들렸습니다. ‘네 자신이 빵이 되거라. 생명의 빵 말이다.’ 나 예수는 그 말씀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래서 성찬예식도 베풀었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찢겨진 생살이 빵이 되고 그 때 흘린 피가 생명의 음료가 되는 성찬식입니다.”

그런 간증설교를 할 때 목이 메고 눈물이 펑펑 흘러내렸습니다. 그래서 몇 분 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습니다.

“나 예수는 모든 피조물에게 생명을 주는 빵입니다. 그것이 바로 빵집 마을에서 태어나게 하신 하늘 아버님의 위대한 뜻입니다.”

그 곳에 모인 수많은 순례자들은 이 설교에 ‘아멘, 아멘’ 하며 큰 음성으로 응답했습니다. 하늘에까지 울려 퍼지는 아멘소리였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도 ‘아멘’ 하는 우레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정근 목사(원수사랑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