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행복으로 되돌아 옵니다-③난민공동주거시설] 갈 곳 없는 난민들의 따뜻한 ‘피난처’

입력 2011-12-18 19:20


자신의 나라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우리나라로 도망친 국제 난민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10년 넘게 난민과 이주노동자를 도와 온 사단법인 ‘피난처’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으로 지난 3월 만든 ‘난민공동주거시설’이 그곳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올해 거주시설 운영비로 5000만원을 후원했고 내년에는 8000만원을 후원할 계획이다.

난민이란 정치·종교적 이유 등으로 박해를 받아 다른 나라로 피난한 사람을 말한다. 난민은 세계적으로 300만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6월 말 기준 250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난민 신청자는 3300명에 이른다.

서울 상도동에 자리 잡은 피난처에는 난민 13명이 살고 있다. 모두 난민신청을 해 난민지위를 인정받기를 기다리는 사람이다.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직장을 구해 자립할 수 있지만, 신청만 한 상태에서는 직업을 구할 수 없어 자립하기가 어렵다. 갈 곳 없는 이들에게 피난처는 이름 그대로 ‘피난처’가 됐다.

피난처에 머무는 A씨는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모국인 아프리카 수단에서 쫓겨 왔다. 무슬림 반란군은 기독교인이던 그의 부모를 살해했다. 그 역시 2개월 동안 반란군에게 감금당했다. 간신히 탈출한 A씨는 4년 동안 남수단에서 머물다 2009년 1월 기독교 관련 행사 참석차 한국에 오게 됐다.

한국에서의 삶도 쉽지 않았다. 난민 신청을 한 지 3년이 다 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갈 곳이 없어 교회와 친구 집을 오갔다. 지인의 소개로 피난처를 알게 된 그에게 이곳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됐다. A씨는 18일 “아직은 불안하지만 먹고 자는 일은 해결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피난처의 이호택 대표는 이들 난민을 ‘산 외에는 친구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이라크 쿠르드 지역 속담으로 아무도 의지하지 못하고 모든 사람에게 배신당한 채 홀로 살아가는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나라에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핍박을 받은 난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난민이 중요한 이슈가 되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