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찬규] 해경 특공대, 총기사용 재량권 줘야
입력 2011-12-18 17:52
지난 12일 소청도 서남쪽 87㎞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선장이 해경 특공대 이청호 경장과 이낙훈 순경을 흉기로 찔러 경장이 사망하고 순경이 중상을 입었다. 특공대원이 승선하자 다른 중국 어선이 돌진해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균형을 잃은 두 사람에게 선장이 자상을 가한 결과였다. 우리 특공대가 승선하자 지체 없이 다른 어선이 달려와 들이받은 점, 그 틈을 이용해 선장이 방검(防劒)복 옆의 노출된 부분을 정확히 겨냥해 칼로 찌른 점 등을 생각할 때 사건은 면밀하게 계획된 범죄임에 틀림없다.
2008년 9월 가거도 해상에서 고 박경조 경위가 중국 어민이 휘두른 삽에 맞아 바다에 떨어져 사망한 일이 있었지만 그것과 질적으로 다르다. 이번 사건은 외국 사인(私人)이 대한민국의 공권력, 더욱 강력하게 표현해 대한민국 주권에 도전한 경우다. 우리가 나라를 어떻게 경영했기에 하찮은 무뢰배에게 수모를 당하는가 싶어 참담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더욱 해괴한 것은 중국 정부의 태도다. 사건 직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가해자에 대한 ‘인도적 처리’를 기대한다고 했다가 13일 시민단체들이 분노를 표출하자 그제야 정식으로 유감의 뜻을 표했다.
해상강도에게 수모 당해서야
우리 해양경찰에는 불법행위 단속 등 법 집행을 할 때 매뉴얼이 있다. 거기에는 본인 또는 타인의 생명에 대한 위험이 있을 때,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그 사용에 대한 재량권이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일어난다. 외교적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를 우려한 때문이라고 생각되는 그러한 사고는 본말을 전도한 것이다. 사용을 허용하되 남용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게 이치에 맞다.
법집행에 있어 총기 사용은 국제법에서도 인정되고 있다. 이것은 범죄자가 법집행자에게 무력으로 대항할 때, 영해 또는 접속수역에서 연안국 법령을 위반하고 도주하는 외국 선박을 정선시킬 때도 인정된다. 이 경우 먼저 볼 수 있거나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정선신호(停船信號)를 발하고 그래도 계속 도주할 때에는 그 선박의 전방과 후방에 공포탄을 발사한 다음, 여전히 명령을 거부하면 인명에 피해가 가지 않게 선체에 실탄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 무력사용에 관한 절차다.
1979년 12월 17일 유엔 총회 결의 제34/109호로 채택된 ‘법집행관을 위한 행동강령’이란 문건이 있고 1990년 8월 27일에서 9월 7일까지 아바나에서 개최된 제8차 범죄예방 및 범죄인의 취급에 관한 유엔 회의에서 결정된 ‘법집행관의 무력 및 총기 사용에 관한 유엔의 기본원칙’이란 문건이 있다.
상기 행동강령에는 ‘법집행관은 꼭 필요한 때, 그리고 임무수행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제3조). 그리고 무력 및 총기 사용에 관한 기본원칙에서는 ‘법집행관은 사망 또는 중상해의 급박한 위협에 대해 자위 또는 타위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람에 대해 총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무력 없이 법 집행 어렵다
이처럼 예외적이고 제한적이긴 하지만 법집행 활동에서 총기 사용은 허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해상강도를 방불케 하는 중국 어민들의 불법어로 단속에 총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라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 해경 특공대에게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교육을 곁들여 총기사용에 대한 재량권이 인정돼야 한다. 거기서 일어날지 모를 외교적 문제는 국정을 책임지는 이들의 몫이다. 자기들이 져야 할 책임을 면하기 위해 일선 법집행관들의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이들의 경륜이 아니다.
김찬규 국제상설중재재판소재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