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관위 공격’ 공범 놓고 싸우는 경찰 수뇌부
입력 2011-12-18 17:51
10·26 재보선 당일 중앙선관위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의 수사 내용을 둘러싸고 경찰 수뇌부가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공범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수사 실무책임자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단독 범행 가능성을 고집하고 있다. 국민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극히 혼란스럽다.
조 청장과 황 기획관은 이 사건과 관련해 두 차례 견해차를 드러냈다. 경찰이 지난 15일 조 청장의 의중을 반영해 “배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황 기획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모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반박했다. 조 청장은 이튿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공씨의 단독 범행으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지만 황 기획관은 “저는 (청장과) 견해가 다르다”고 맞받아쳤다.
경찰 지휘부의 혼선은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미심쩍은 행동과 맞물리면서 의혹을 키우고 있다. 경찰은 공격 가담자들에게 거액을 준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김모씨가 공씨를 만나 범행 계획을 듣기 전에 청와대 국내의전팀 박모 행정관과 저녁식사를 한 사실을 알고도 숨기려고 했다. 김씨와 범행 연루자들과의 금전거래를 파악하고도 범죄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당연히 은폐수사라는 비난이 일었다.
이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검찰은 최근 국회의장 비서실에 대해 전례 없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의장실이 자료 제출 의사를 피력해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강제 집행하지 않고 디도스 공격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이다.
당초 경찰이 이 사건의 의문점을 명쾌하게 파헤쳤다면 정치권에서 국정조사·특검 이야기도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국의 관심이 쏠린 사건에 대해 경찰 수뇌부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경찰을 미더워할 국민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