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정인교] FTA 허브 투자를 유치하자
입력 2011-12-18 17:59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내년 1월부터 발효시키려 했으나 미국과의 협의 시간이 더 필요하여 내년 2월 발효될 것이라고 한다. 이때쯤이면 우리나라 총수출의 3분의 1이 FTA 적용대상이 되고, 세계 전체 시장의 60%와 자유무역을 실시하게 된다. 아직 중국 등 주요 교역국가와의 FTA가 체결되어 있지 않으나 그동안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글로벌 FTA 네트워크와 FTA 허브의 상당부분을 달성한 셈이다.
FTA 허브란 주요 수출국가와의 FTA 체결로 허브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무관세로 상대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된 상태를 의미한다. 다국적 기업 입장에서는 허브국가에 투자하는 것이 수출면에서 유리할 것이고, 허브국의 가장 큰 이점 중 하나로 투자유치 확대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 내 규제가 강화되고 인건비 상승으로 생산단가가 올라가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 생산하게 되면 무관세로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내 공장 증설보다는 국내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유리해질 수 있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년 3분기 외국인직접투자 신고액(도착기준)은 전년 동기(33억9000달러) 대비 25.8% 증가한 42억6000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로 지역의 경제 및 재정위기가 지속되고,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투자유치 전망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가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체결한 FTA가 국내 서비스산업 선진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고용확대 및 산업공동화도 방지할 수 있다고 최근 언급했다. 하지만 한·미 FTA 이행이 가시화된 현 시점에서 FTA 허브 활용을 위해 국내에 투자를 늘리는 다국적 기업의 결정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고, 투자유치를 위한 과제도 적지 않다.
FTA 네트워크 확충으로 수출 측면에서 유리해졌다고 해서 기업들이 투자를 바로 결정하는 건 아닐 것이다. 투자환경이 개선되어야 하고, 생산단가가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야만 국내로의 투자가 이루어질 진다. 따라서 노사문화 개선, 불합리한 규제 완화, 지나친 포퓰리즘 약화 등 국내 투자환경 개선과 같은 대내적인 정책이 동시에 수반되어야만 투자유치가 가능할 것이다.
아직 많은 기업은 투자결정 시 우리나라 FTA 허브 이점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코트라 등 투자유치 기관들은 외국기업 투자유치 활동 시 FTA 허브로 인한 대 한국 투자상의 이점을 널리 홍보해야 한다. 또한 통상당국은 기존 협정 및 향후 FTA에서도 FTA 허브의 이점이 강화되도록 협정별 원산지 기준을 조화시키고, FTA 회원국 부품 사용을 확대하는 누적기준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FTA 통상에 대한 국내 인식도 개선되어야 한다. 미국과의 FTA 발효가 코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에도 근거 없는 비방과 괴담이 수그러들지 않고, 한·미 FTA 무효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정치권 이합집산이 끝나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일부 정치권이 한·미 FTA 반대 촛불을 대대적으로 지필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 비준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되며, 정부는 한·미 FTA 제대로 알리기 노력을 강화해야 하고, FTA 허브의 이점이 제대로 실현되도록 함으로써 국민들의 FTA 지지기반을 늘려나가야 한다.
내년에는 경제가 더 어려울 것이고, 수출여건이 악화되며 투자유치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FTA 허브를 활용하여 한 건의 투자라도 더 유치하여 국내 고용을 늘리고, 청년실업을 줄여나가는 것이 마땅하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