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제재 법안 파장] 미국 제재에 보조 맞추면서 국내업계 피해 최소화 염두

입력 2011-12-16 21:08

정부가 장고(長考) 끝에 발표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안은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진짜 난관은 이제부터다. 15일(현지시간) 미 의회를 통과한 이란제재법안에서 한국이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면 우리 정부의 의사와 무관하게 우리나라 원유 수입도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형식적 보조 맞춘 추가 제재=16일 발표된 우리 정부의 추가 제재안은 미국이 지난달 이란 석유자원 개발 및 석유화학제품 거래 제한 대상과 금융거래 제재 대상을 확대한 추가 조치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결의 등에 따른 것이다. 내용상으로 동맹국인 미국과 최소한의 보조를 맞춘 수준이라는 해석이 많다. 금융 거래 제한 대상에 추가한 100곳의 이란 단체와 개인의 경우 현 상태로도 우리나라와 외환 거래가 있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석유자원 개발과 석유화학제품 거래 제한 대상 확대 등도 강제 규정 없이 ‘국내 기업들에 (미국과 거래시 불이익 가능성을) 유의하라고 안내한다’고만 했다. 지난해 9월 ‘이란의 석유·가스 부문에 대한 신규투자, 기술·금융서비스 제공, 건설계약 체결 등을 금지’했던 제재 조치로 건당 2000만 달러 이상의 대규모 투자나 거래 등은 이미 중단됐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미 의회의 이란제재법안 통과로 관심이 됐던 원유 수입 금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제재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 은행들의 이란 석유 거래는 정부 의지와 무관하게 자동 중단될 위기기 때문이다.

◇미 정부와 외교적 협상 주력=우리 정부로서는 앞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게 되는 사태를 막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정부는 일단 미 행정부 등을 통해 한국이 예외나 면제(waiver) 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외교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란제재법안은 원유 금융 거래가 제재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미국 안보상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국가에 120일(무제한 연장가능) 유예기간을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상당히 줄었다고 판단된 경우에도 예외가 인정된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미 의회에서 제재법안이 통과됐지만 앞으로 행정부가 어떤 내용으로 이행 조치를 마련할지는 두고봐야 한다”면서 “일단 정부로서는 한국이 원유수입 중단 부분에서 예외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원유시장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이 전면적인 거래 제재를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기대하고 있다. 법상에도 원유 금융 거래에 대한 제재를 할 경우 행정부가 법이 발효(대통령 서명 후 180일 이후)된 이후 90일 이내 국제 원유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먼저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면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