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제재 법안 파장] 석유업계, 가슴 쓸어내렸지만 “앞으로가 걱정”

입력 2011-12-16 18:35

정부의 대 이란 추가 제재안에서 원유 수입 문제가 포함되지 않자 국내 석유업계는 일단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란 석유수입이 중단되면 국제석유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원유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우리 정부와 미국 간 협상과정에서 석유수입 중단 카드가 나올 수 있어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SK에너지는 전체 수입량의 10%가량을 이란에서 들여오고 있고, 현대오일뱅크는 이란 원유 의 수입 비중이 20% 정도를 차지한다. 국내 전체로는 10월말 기준 전체 원유수입량의 9.6%(77억 달러 규모)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16일 “이란 원유가 끊기면 당장 다른 수입루트를 찾는 것도 만만치 않고, 특히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이란과의 신뢰를 깨야 하는 게 가장 큰 부담이었다”며 “이번에는 원유 수입이 포함되지 않아 다행이지만 계속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란 원유수입이 막히면 수급문제가 발생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고, 국가적으로도 적잖은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상황은 피하도록 미국과의 협상에서 좋은 결론이 내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란과의 관계가 사실상 끊긴 지 오래돼 이번 제재안에 따른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란은 정세가 불안해 우리 건설업체들이 철수한 지 오래됐다며 현재 공사현장이 있는 업체도 공사 자재를 조달할 방법이 없어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란산 석유화학제품을 수입하거나 제3국으로 수출해왔던 종합상사들은 거래 규모가 별로 크지 않아 영향이 미미할 전망이다.

국내 종합상사들은 정부가 이란산 석유화학제품 구매에 주의할 것을 권고함에 따라 대이란 교역규모를 점차 줄여나갈 방침이다. 종합상사들에 따르면 올해 이란산 석유화학제품 거래규모는 16억 달러로, 이중 삼성물산이 6억 달러, 대우인터내셔널 4억 달러, SK네트웍스 3억9000만 달러, LG상사 2억1000만 달러, 현대상사 500만 달러 등이다.

삼성물산은 이란과의 거래 규모가 매출액 대비 0.5%도 안 되기 때문에 추가제재로 받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거래선 다각화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란과의 원화자금결제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면서 올해 8월말 이란과의 거래를 사실상 종결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