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제재 법안 파장] 동맹국엔 예외 조항 마련… 한국 등 일단 숨통
입력 2011-12-16 18:34
미국 의회가 15일(현지시간) 통과시킨 이란 중앙은행 제재법안은 우리나라로서는 그나마 다소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조치다. 법 취지는 비록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모든 경제주체와 미 금융기관 사이 거래를 중단시키겠다는 것이지만 몇 가지 예외 조항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과 이란 사이 관계가 최악에 이를 경우 피해는 우리나라에도 돌아올 수 있다.
◇미 “동맹국 혼란 최소화”=미 의회는 애초 이란 핵무기 개발의 심각성을 고려해 ‘엄격한’ 안을 준비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의사를 표시하는 등 행정부가 난색을 표하자 행정부에 일부 권한을 주는 방식으로 법안을 고쳤다. 미 행정부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준 것이다.
추가된 예외 조항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이란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 데 도움을 준 나라에 대해서는 법 적용을 면제해줄 수 있다. 행정부는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제재 조치를 즉각 취하지 않을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
미 의회는 법안이 국제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석유수급상황도 면밀히 체크할 예정이다. 제재 법안이 원유 가격을 높여 오히려 이란이 국고 수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미 행정부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행정부는 원유 가격이 불안정해질 수 있고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애초 법안을 반대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에 대한 압력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미국의 동맹국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정세가 변수=아직 어떤 동맹국에 어느 정도의 면제 조치를 줄지 등 구체적 내용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이란의 주 석유 수입국인 우리나라와 일본, 인도 등의 대미 외교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한국과 일본의 외교관들이 미국과 이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법안은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뒤 6개월 후부터 발효된다.
남아있는 다른 불확실성도 많아 우리나라가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행정부가 국가안보 상황에 따라 법을 적용할 수 있는 만큼 중동 정세가 극도로 나빠지면 면제 조치가 최소화될 수도 있다.
면제 조치를 받더라도 원유 가격은 예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의 최대 원유 수출국인 중국은 미 의회 제재법안을 따르기보다 미·이란 간 긴장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법안 자체만으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