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시한 2주나 지났는데…예결위 넘게 헛바퀴…동면하는 국회 처박힌 예산안

입력 2011-12-16 21:10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중단된 채 장기 표류하고 있다. 이미 헌법이 정한 예산처리 시한(12월 2일)이 2주나 지났지만 여야는 예산심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달 내 예산 심사를 할 수 있는 시간도 2주 남짓에 불과해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5일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소속 일부 의원만 참여한 가운데 예산안 감액 심사를 벌여 7500억원 규모의 1차 감액분을 정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 회의를 하지 못한 채 10일 넘게 예결위가 공전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강행 처리한 데 반발해 민주당이 예결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DDoS) 공격 특검 도입, 한·미 FTA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촉구 결의안 채택 등 8가지 전제조건을 여당이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요구를 다 수용하기 어렵고 합의를 해도 자꾸 뒤집어지니 종잡을 수 없다”면서 “예산안 심사를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접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예산안 처리 지연은 정치권의 무관심 때문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은 최근 당 쇄신 문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민주당도 야권통합 문제로 다른 일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이런 정치상황 때문에 예산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려 있는 상태다.

일단 다음주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 추가 감액과 증액 등의 심사에 필요한 최소 시간은 약 8일”이라며 “올해 안에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다음주 중반쯤에는 예산 심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통합 국면이 일단락된 다음주부터 예산안에 대한 당내 관심이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예산안의 부실 심사와 졸속 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대립으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길 경우 지난해 예산에 준해 예산을 임시 편성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노용택 김원철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