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환구시보 ‘해경 살해, 한국은 왜 분노하는가’… “나라 작아도 야망 커… 강한 민족주의 탓”
입력 2011-12-16 21:13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중국 어민에 의한 한국 해경 살인사건 후 한국 국민이 보여주고 있는 정서를 분석하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환구시보는 15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한국은 나라는 작지만 야망이 크다”는 일부 국제 평론가들의 평가를 전하면서 한국민의 강한 민족주의 색채를 외국 언론과 학자, 국내 언론 보도 등을 인용해 분석했다.
이 기사는 ‘민간 개별 사건’으로 인해 외교 폭풍이 일고 있는 것은 한국의 국민정서에 비춰보면 예외적인 일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는 해경 살인사건 발생 후 그동안 보여온 보도 태도와는 대비되는 것으로 한국 국민의 강한 민족주의가 형성된 배경을 짚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환구시보는 한국 민간단체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 정부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있는 사실을 예로 들며 “굴욕적인 식민지 역사와 강한 위기의식이 분노하는 한국인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국민일보 14일자 오피니언 면에 실린 사설 ‘오만방자한 중국, 한국이 그리 만만한가’를 ‘분노하는 한국인’의 첫 예로 들었다. 신문은 “해당 사설은 한국을 안중에 두지 않은 중국의 오만방자한 중화주의를 비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설이 “교역·대북관계 등에서 중국을 필요로 하는 한국이 중국 눈치를 보느라 자초한 측면도 있고, 어쩌면 아직도 한국을 옛날의 제후국 수준으로 보는 중국 측 무의식의 발로일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도 그런 식이라면 한·중관계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할 것은 뻔하다”고 지적한 사실을 보도했다.
“일본에 반대하고 미국에 반대하고, 현 정부에도 반대하는 한국은 영원히 항의하는 곳이다.” 환구시보는 또 지난달 중국 인터넷에 뜬 ‘분노의 한국인’이라는 글을 인용, 한국 국민들이 중국 일본 미국 등을 상대로 분노를 표시한 다양한 방식을 언급했다. 분신, 단지(斷指·손가락 자르기), 다른 나라 국기 찢기 등. 심지어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 실패 뒤에는 러시아에 대해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에 대해 프랑스 ‘뤼마니테’지가 “이러한 한국인의 성격은 오랫동안 대국들 틈에서 생존해왔기 때문에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한 것을 인용했다. 신문은 또 환구시보 기자가 취재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퇴직 공무원 한 명이 “중국과 일본은 구조적 모순이 있기 때문에 아시아를 지도할 수 없다”고 말했던 사실을 상기했다. 그가 한국이 아시아를 책임질 수 있는 나라임을 암시했다는 것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